천재 피아니스트 손열음(19)양은 이틀 후를 생각하면 마구 설렌다. 제1회 금호음악인상을 받은 것을 기념해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연주회에는 ‘2005 한·일 우정의 해’ 행사 참석차 방한하는 가와이 하야오 일본 문화청 장관이 촉망받는 음악가 손열음을 꼭 만나고 싶다며 관람을 예약해 놓았다. 3월이면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4학년이 되는 손양은 26일에도 여의도에서 KBS교향악단과 함께 ‘청소년 음악?%8?-김대진과 함께 하는 피아노 여행’리허설에 열중하고 있었다.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1997년 강원 원주에 살던 11살 초등학생 손양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찾아가 제자로 삼아 준 스승이다. "제 이름만 보고 오시는 청중이 늘어났다는 얘기를 들으면 부담스러워요. 하지만 주목받는다는 건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지만 원해도 안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잖아요?"
한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손양은 가끔은 수줍어 하는 성격답지 않게 음악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더욱 빛난다.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비교하는 사람이 많은데 어쓺뺐? 생각하느냐, 음악이 이제 직업이 되었으니 가끔은 지겹지 않느냐고 물었다.
"여성 피아니스트로 파워와 열정 면에서 그 분을 따라갈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정말 영광이지요. 그런데 저는 구 유고 출신 알프레드 브렌델을 특히 좋아합니다. 학구적이면서도 정말이지 감성 넘치는 연주가이기 때문이지요. 음악이 지겹다면 그만두어야겠지요, 호호. 무대에서 관객과 함께 연주하는 것이 너무나 설레고 즐겁습니다. 음악은 하면 할수록 거대한 세계라 전혀 지겹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습니다."
그런 손양에게 작년 한 해는 최고의 해였다. 10월에는 뉴욕 필과 협연했고 8월에는 ?%B뗌? 라인가우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연주했다. 쇼팽 에튀드 전곡 녹음 음반도 유니버설 뮤직에서 나왔다.
특히 뉴욕 필 내한 공연 협연 때는 거장 로린 마젤 앞에서 전혀 기죽지 않고 당당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큰 무대일수록 즐거워요. 관객의 기를 받아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관객이 적은 무대가 오히려 떨리지요."
그는 2002년 16세 때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로 입학했고 그 해 10월 유명한 비오티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최연소로 1위를 차지했다. 나이도 나이지만 원주의 평범한 집안 출신으로 순수 국내파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손양은 하루 9~10시간씩 내리 피아노를 치기도 하지만 인문학 책도 많이 보고 여러 사람을 두루 만난다.
손양은 올해도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 5월 일본 NHK교향악단 내한 공연 협연을 비롯해 9월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실내악 축제 초청 연주가 예정돼 있다. 10월에는 쇼팽 콩쿠르 출전도 생각하고 있다.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 이 아가씨에게 천재라는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글쎄요. 천재냐 영재냐를 떠나 어떻게 해야 전에 했던 것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느냐를 늘 고민합니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려고 노력하지요. 지켜봐 주세요."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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