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정체성과 진로를 둘러싼 당내 세력간 논쟁과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서로의 주장과 방향은 다르지만, "이대로는 당의 미래가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모든 세력이 공유하고 있다는 증거다.
의원들의 문제제기는 박근혜 대표의 정국대응 방식에 대한 비판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당을 해체한 뒤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당 해체론은 각기 목표가 다르지만, 박 대표의 우군이었다 비판세력으로 돌아선 개혁 성향의 소장파와 영남 보수파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어 박 대표에겐 충격이다. 정권탈환을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는, 과감한 변신이 불가피하다는 해체론의 바탕에는 박 대표 체제에 대한 부정이 깔려 있다.
이와 관련, 수요모임의 남경필 의원은 25일 "수구·부패 이미지를 바꾸려면 한나라당이 해체돼야 한다"고 말했고, 자유포럼의 이방호 의원은 "호남, 충청권 보수 인사들과 새로운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푸른정책연구모임의 임태희 의원은 이날 ‘대변인 사퇴에 즈음해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강경 보수 이미지의 연장선상에서의 당명 개정은 의미가 없다"며 본질적인 당 쇄신을 촉구했다. 박세일 정책위의장도 "잇단 대선 패배와 무기력감을 극복하기 위해선 젊은 층을 파고들 수 있는 이념 정립이 시급하다"며 변화의 필요성엔 공감했다.
의원들은 당의 이념적 좌표가 ‘중도 보수’가 돼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한다. 그러나 세력별로 좌표를 얼마나 왼쪽으로 옮겨야 하는지에 대한 입장이 상이하고, 박 대표에 대한 비판강도도 달라 세력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 같은 논쟁은 내달 3일 충북 제천에서 열리는 연찬회에서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박 대표는 연찬회에서 당명 개정과 당 선진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며, 각 세력은 대안을 준비 중이다. 김무성 사무총장은"연찬회에서 치열한 토론으로 (논쟁의) 끝장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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