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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연예인 X파일’ 네 가지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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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연예인 X파일’ 네 가지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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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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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좋은 일에는 궂은 일이 따르게 마련이라는 말대로 21세기 세계 최대의 인터넷 강국 한국에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 ‘쓰나미’가 연예계를 덮쳐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한류 열풍의 주인공인 정상급 배우를 포함한 연예인 125명의 사생활을 수록한 이른바 ‘연예인 X 파일’이 인터넷 사용인구 3,000만 명 시대의 사이버 공간에 떠다니고 있는 것이다.

명단에 오른 연예인들은 집단으로 혹은 개별적으로 광고기획사 관계자들을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조치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유출된 개인의 사생활 정보로 실추된 그들의 명예회복은 사후약방문 격이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서 집약적으로 함축해 보여 주기 때문에 더욱 개탄스럽다.

첫째, 천박한 배금주의 사조가 우리 사회에 미만해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사건의 발단으로 볼 때 국내 유수의 광고기획사가 광고 모델 등 ‘상품’에 대해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삼기 위해 그러한 파일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광고가 출연 모델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타격을 입을 것에 대비한다는 취지였다고 하나 검증되지 않은 뜬소문 수준의 이야기를 적시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없지 않다.

둘째, 기업 윤리 측면의 배금주의와 더불어 ‘언론 윤리’의 실종도 배금주의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즉, 광고기획사의 인터뷰에 응해 ‘카더라’식 소문을 전한 10여 명의 연예 담당 기자들도 결국은 상품권 등 금전적인 대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언론 윤리 강령을 위배한 것이다. 즉, 넓은 의미로 보면 연예인들이 황색 저널리즘의 피해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네티즌들의 통신 윤리 불감증이다.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 때문이기는 하지만 현재 인터넷상에서는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관한 정보가 수 없이 많이 유출돼 있는 것도 문제이다.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수 만개의 개인 정보가 불법 유출됐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이 이메일이나 P2P, 웹하드를 통해 순식간에 정보를 전파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파장은 가히 메가톤급일 수밖에 없다.

끝으로, 다수 연예인 자신들의 사생활이나 처신도 과연 공인으로서 기대되는 합당한 모범을 보였느냐 하는 것도 문제이다. 디緇?전파매체 시대에 연예인은 대중의 우상으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특히 자라나는 젊은 청소년 세대에게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2004년은 일본의 ‘욘사마(배용준) 신드롬’을 비롯한 동남아에서의 한류 열풍으로 ‘문화 수출’의 위력을 실감한 해였다. 예컨대 배용준의 경제 효과가 3조 원이 넘는다는 한·일 양국의 연구기관 조사 결과도 있었다. 이제 새해를 맞이하여 한류 열풍을 본격적으로 재정비, 도약의 기획을 준비해야 할 때 자승자박의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한류 열풍도 세계화의 한 결실이라고 본다면 ‘축성(築城)보다는 수성(守城)이 더 어렵다’는 옛말이 실감난다. 우리는 이미 세계화의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일례로 국내 주식 시장의 외국인 주주가 연간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물경 5조 원이나 된다는 조사보고도 있다. 한류 열풍으로 그나마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 즈음에 악재가 터진 것이다.

아무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천민자본주의 한 모습인 배금주의를 불식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에 따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이 하루 속히 제정돼 명실상부한 선진 시민사회로 거듭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경수 명지대 교육학습개발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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