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우리나라의 옛 문서를 통해 별의 생성과정을 밝혀냄으로써 한국 고대 자료의 천문학적 활용 가치를 국제적으로 알리게 됐다.
한국천문연구원 양홍진 박사팀은 1450년경에 쓰여진 ‘고려사’와 1395년의 ‘천상열차분야지도’,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증보문헌비고’의 기록을 통해 그 동안 베일에 싸였던 ‘물병자리 R변광성(變光星)’의 생성 과정을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유럽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 최신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고려사 등은 ‘1073년과 1074년에 각각 동벽(東壁)의 남쪽에서 객성(客星)이 나타났다’고 기록하고 있다. ‘동벽’은 안드로메다 자리의 ‘알파별’과 페가수스 자리의 ‘감마별’을 잇는 벽 모양을 의미하며 그 남쪽에 물병자리가 위치하고 있다. 아울러 ‘객성’은 수명을 다해 폭발하는 별로서 지금의 ‘초신성(超新星)’을 뜻한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 표시된 객성(초신성)은 특이한 고리를 지녀 그동안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온 ‘물병자리 R변광성’이라고 양 박사는 설명했다. 변광성은 밝기가 일정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변하는 별을 말한다.
연구팀은 이 변광성이 1073년경 1년을 간격으로 두 번 폭발해 두 개의 고리를 지니게 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또 기록에서 ‘이 별의 크기가 모과(木瓜)만 했다’고 설명하는 것을 미루어 생성 당시 1~2등급 정도의 밝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폭발 에너지를 방출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양 박사는 "옛 문서와 현대 관측자료를 비교한 결과 ‘물병자리 R변광성’까지의 거리가 지구에서 890광년임을 규명, 다양한 물리량을 계산할 수 있게 됐다"며 "이 별 탄생에 관한 기록은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으며 이는 우리의 옛 천문관측 자료가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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