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해소한다며 고층 아파트에서 소화기를 던져 차량 등을 파손한 10대 배달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배달원은 "주변에서 본인을 무시한다"며 10~20c높이의 아파트 복도에서 사람이 다니는 인도를 향해 무려 11차례나 소화기를 집어던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인천 부평구 산곡동에 사는 경모(18)군이 동네 분식점에서 배달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일부터. 고교 2년을 중퇴하고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던 경군은 한동안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일이 서투르기만 한 그에게 음식점 주인은 "동작이 늦다" "빨리 해라"며 핀잔과 잔소리를 해댔다. 또 음식을 시킨 손님들도 조금만 늦으면 "식은 음식을 가져오면 어떻게 하느냐"며 반말과 욕설을 하기 일쑤였다.
경군의 스트레스가 폭발한 것은 부평구 모 아파트 단지에 배달 나간 15일 오후 1시40분. 그날 따라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주위 사람들의 태도에 감정이 상해 있던 그에게 아파트 11층 복도 구석에 놓여 있던 소화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홧김에 소화기를 뽑아내 20c 아래 바닥으로 던졌고, 천만다행으로 소화기는 주차됐던 마티즈 차량 위에 떨어져 인명피해는 없었다. 묘한 재미를 느낀 경군은 이날 하루동안 배달을 하면서 아파트 4곳에서 소화기를 아래로 던져댔다.
22일에는 부평구 모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서 있던 곳에서 불과 1c밖에 안되는 지점에 소화기가 떨어져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민들은 "갑자기 아파트 14층에서 소화기가 떨어져 바로 옆의 승용차가 크게 부서졌다"며 "몸에 맞았다면 큰 상처가 났거나 사망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군이 음식점 배달 일을 한 이후 보름동안 아파트 복도에서 소화기를 던진 것은 모두 11차례. 이중 7차례는 차량에 맞았고, 2차례는 바닥으로 떨어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군은 경찰에서 "음식을 배달하면서 손님들이 멸시하는 눈초리로 쳐다보거나 욕설을 하고, 주인이 심하게 잔소리를 해대는 것에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화나 TV드라마에서 화가 나면 소화기를 던지는 것을 보고 따라해 보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경군이 죄의식 없이 상습적으로 소화기를 던졌다"며 "저녁 시간대에 보행자가 많이 모여 있는 곳에 소화기를 던지기도 해 큰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경찰서는 25일 경군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인천=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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