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학생의 수학·과학 실력차는 실제로 존재하는가. 교육계에 이 문제가 다시 촉발된 계기는 지난달 발표된 두 가지의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결과다. 한국 학생들의 성적이 세계 최상위권이라는 성과에 들떠 가려졌다가 뒤늦게 심각성을 깨달은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고1 학생 대상 조사(PISA)에서 한국 남녀 학생의 수학·과학 점수 차이는 41개국 중 두 번째였다. 중2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TIMSS)에서도 남녀 차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 수학·과학의 성차(性差)가 과연 있는지는 세계 각국의 공통된 논란거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은 최근 뇌 구조 연구결과, 남녀의 회색질과 백색질의 지능 관련 부분의 비율이 각각 다른 사실이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남성이 수학 등 논리적 추리 능력에서 우수하고, 여성은 언어 등 정보통합능력이 뛰어난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인지 모른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24일자에서 그 동안의 과학적 연구결과를 소개하면서 수리능력에서 남녀간에 어떤 차이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 로런스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총장이 얼마 전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이유는 유전적 차이 때문"이라고 발언해 구설수에 오른 것은 고정관념 탓이다. 그는 결국 "탁월한 여성 과학자들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수학·과학분야 잠재력은 성별과는 관계없다"며 사과했다. 그렇다면 한국 남녀 학생 차이가 유독 큰 이유는? 교육계에서는 교사들의 막연한 선입관이 작용한 때문으로 본다. 이달 초 한국여성개발원 설문조사에선 중·고교 교사 10명 가운데 4명이 별다른 근거 없이 ‘남학생이 수학을 잘하는 것은 선천적인 성차 때문으로 교사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고 답했다.
■ 영재학교인 부산과학고의 올해 신입생 144명 가운데 여학생은 29명에 불과했다. 2003년 기준 4년제대 공학계 여학생비율은 13.3%에 머무르고 있으며, 국공립 공학계 여자교수 비율은 고작 1%다. 대학과 기업연구소 여성연구원은 6.4%에 그치고 있다. 한국 여성인력의 과학기술분야 진출을 높이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먼저 교사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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