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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내진설계 관련법 구체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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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내진설계 관련법 구체화해야

입력
2005.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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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해일(쓰나미)은 여전히 지구촌을 두려움과 공포에 가둬 넣고 있다. 그러나 여러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참혹한 광경이 그들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불행이 아닐진대 자연재해에 대해 전문가 그룹과 우리 정부는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준비를 해 놓았을까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한 일본 열도 근처에서 쓰나미가 발생하면 한국의 동해안은 큰 피해가 예상된다. 하지만 해수면과 지표면의 높이 차이가 비교적 크고, 해변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경우는 여름 한 철뿐이며, 쓰나미에 취약한 리아스식 해안이 아니고, 어느 정도의 경보체제가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심할 수 있겠다.

정작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쓰나미가 아니라 지진이다. 예보가 가능한 쓰나미와는 달리 지진은 아예 대처 불능이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1978년 이후 작년까지 남한에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무려 4차례나 발생했다. 그런데도 큰 피해가 없었던 것은 지진의 중심(진앙)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근해 바다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진에 대해 무대책으로 일관하다가 88올림픽에 맞춰 건축 기준을 마련했다. 경제적 이유에서 규모 5정도의 지진에 견디도록 설계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이는 6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때만 적용된다. 1~5층의 건물은 여전히 방치된 상태다. 규모 5정도의 지진이 대도시에 발생하면 이러한 저층 건물은 그 피해를 가늠하기 어렵다.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내진 설계는 아주 복잡한 수학과 물리 이론이 융합된 고난도의 구조 해석 및 설계 영역이어서 이 분야 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 정도가 다룰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현행 건축법을 훑어보면 애매한 문구로 아무나 해도 좋다는 식이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이러한 법령의 문제점은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담당 공무원의 적당주의와 각종 이익단체의 알력 때문에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선진국, 특히 미국의 법령(오리건주 건축기술자법)을 소개한다. ‘생명을 보호하고 재산을 지키며, 불필요한 낭비를 없애기 위해서 이 법을 시행한다. 100평 이상의 건축 면적, 높이 6m(대략 2층에 해당) 이상의 건물을 지을 때는 반드시 건축구조기술사가 날인한 문서에 의하라. 이를 위반하면 최고 5,000달러(약 5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국민 보호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는 그들의 의지가 새삼 부럽다.

나수철 건축구조기술사사무소협회 홍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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