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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뻥튀기에 교사가 조작까지/‘내신’ 어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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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뻥튀기에 교사가 조작까지/‘내신’ 어찌하나

입력
2005.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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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강동구 D고 교무실. 당직교사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강동구 B고에서 벌어진 교사의 답안지 대리작성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L(52) 교사는 "일부 파렴치한 교사 때문에 대다수 교사들이 엄청난 의혹을 받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며 "방학 중 전체 교사회의를 열어 엄정한 내신관리 방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개학하는 대로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새 내신관리 방안에 대한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교사의 답안지 대리작성 사건으로 내신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일선 고교들이 땅에 떨어진 내신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관련기사 8면

서울 서초구 D여고는 "무작위로 시험감독을 배정하다 보니 담임교사가 자기 학급 감독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담임은 자기 학급에 감독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내규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보며 "설마 하는 참담한 심정"이었다는 손모(53) 교사는 "성적처리를 전담하는 행정직 요원을 별도로 뽑아 교사가 성적 산출에 일절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많은 고교에선 대책을 내놓았다가 오히려 의심을 자극할까 염려하며 내부 단속에 치중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H고의 한 교사는 "그 어느 학교보다 엄정하게 내신성적 관리를 해 왔다고 자부한다"며 "갑자기 ‘우리는 깨끗하다’고 강조하면 오히려 오해를 살 수 있어 별도의 대책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기어이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며 해묵은 ‘지역감정’까지 드러내고 있다. 서울 은평구 Y여고에 재학 중인 심모(19)양은 "강북에서 내신을 부풀린다고 비난하더니 강남에서는 부모와 교사가 짜고 성적을 조작했다"며 "강남 학생이 내신에 불리하다는 얘기는 더 이상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양은 " 드러나지 않았을 뿐 암암리에 다 알고 있던 일"이라며 "친구들 사이에 성적이 많이 오르면 ‘너 담임이랑 친하냐’는 농담까지 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강남·북만 아니라 서울과 지방도 마찬가지다. 광주 S고에 재학 중인 기모(18)양은 "서울에서 이런 식으로 내신을 조작했다니 맥이 다 풀린다"며 "고교등급제다 뭐다 해서 지방 학생들이 받는 불이익이 많은데 서울에서 내신까지 이렇게 관리한다면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입시제도와 교사 선발과정 등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김경범 책임전문위원은 "이번 일은 내신 평가방식이 너무 획일적이고, 대학이 현존하는 학력차를 반영할 기준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고교에만 내신 문제를 일임할 것이 아니라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합리적 평가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익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 양성·선발 과정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교사로서의 도덕성과 윤리성을 익힐 수 있도록 교직과정을 재구축하고 인성을 갖춘 교사만이 채용될 수 있게 임용절차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동그란기자 gr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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