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정보기술(IT)주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주가 상승세의 발목을 잡았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를 빼고는 결과가 예상보다 나빴기 때문이다.
24일 LG필립스LCD가 다소 실망스러운 실적을 공개한 데 이어 25일에는 LG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이 실적을 발표했다. 일찌감치 발표한 삼성전자까지 포함하면 하이닉스를 제외하고 대부분 대형 IT주들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셈이다.
LG필립스LCD는 연결기준 회계로는 영업이익에서 소폭 흑자가 났으나, 종전 회계방식으로는 적자 전환했다. 삼성SDI도 적자였으며, LG전자는 캐시카우인 가전 부문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에 따라 25일 LG필립스LCD 주가는 6.33% 급락했고, LG전자(3.55%) 삼성SDI(3.46%) 삼성전기(3.57%) 등도 떨어졌다. 전기전자 업씬?2.09% 하락하자 종합지수도 조정을 면치 못했다.
사실 IT업종의 4분기 실적 악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다. LCD 패널가격 급락 등으로 업황이 좋지 않은데다 갑작스러운 환율 하락으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전체적으로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대규모 특별 상여금까지 지급됐다. 그런데도 최근 대형 기술주들이 급등한 것은 삼성전자의 힘이다. 삼성전자가 13일 예상에 부합하는 실적을 발표하고 ‘4분기 이후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준 탓이다.
유통주식 수가 부족해 변동성이 심한 LG필립스LCD 주가는 10일 3만6,000원에서 24일에는 4만5,000원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4분기 실적은 예상을 밑돌았고 올해 1분기 실적 전망도 어두운 것으로 드러났다. LG필립스LCD 하현회 상무는 기업설명회(IR)에서 "올해 1분기 역시 수익성 면에서 힘든 시기가 될 것이며 현재로선 흑자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고, LG전자의 권영수 부사장도 "지난해 환율로 1,000억원 손실을 봤으며 이번 1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내기는 버거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IT주의 실적 호전 시기를 고려, 종목별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우선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매수’ 의견을 계속 유지하는 입장이 많다. 동원증권 문후식 연구원은 "LG필립스LCD가 적자로 돌아선 데 비해,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도 1조원대의 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LG필립스LCD에 대해선 타사에 비해 주가가 너무 높아 매도하거나 좀더 두고 보라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LG필립스LCD가 올 2분기까지 적자를 낸 뒤 하반기에는 흑자로 돌아서겠지만, 전체적으로 영업이익은 부진할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내렸다. 도이치증권도 ‘매도’ 의견을 유지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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