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가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가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밝혀지면서, 인간의 병든 몸을 재생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심장, 뇌혈관 외에 이미 줄기세포치료가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한 분야를 살펴본다.
◆막힌 다리 혈관 새로 만든다
줄기세포 치료의 강남성모병원 심장내과 백상홍 교수는 2003년부터 말초동맥 폐쇄질환, 당뇨병성 족부혈관 장애, 버거스씨병(폐색성 혈전 혈관염) 등 팔다리의 혈관이 환자에게 줄기세포치료를 적용, 현재까지 26케이스를 기록했다. 백교수는 "혈관장애 환자중 특히 버거스씨 병 환자에게 가장 효과가 뚜렷했다"면서 "치료의 개념은 아니지만 환자의 통증을 덜고, 수술시 절단부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의미 있는 보조요법"이라고 말했다. 버거스씨병은 신체 말단 동맥이 막혀 혈액순환이 안되면서 피부가 헐고 썩는 궤양질환이다. 처음엔 발가락부터 시작, 발목 무릎 등 순서로 썩어 들어간다.
현재 정립된 버거씨병의 치료법은 병의 얼마나 진행됐느냐에 따라 경증일 경우 혈관우회수술을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이 시술이 불가능할 경우 아직 효과적인 약물 요법이 없어, 절단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특히 혈관장애 환자들은 통증이 심해 밤잠을 설치기 일쑤인데, 버거스씨병 환자의 경우 줄기세포 이식 1~2주후면 통증 완화 효과가 높아 진통제 없이도 깊은 잠을 잘 수 있다는 것. 줄기세포는 환자의 골반뼈에서 채취한다. 골반뼈에서 골수세포를 뽑아낸 뒤, 이를 체외에서 줄기세포만 분리한뒤, 다리(장딴지) 근육에 줄기세포를 주입하게 된다. 골반뼈에서 줄기세포를 이식하려면 전신마취가 필요한데, 환자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마취가 어려운 경우에는 G-CSF라는 약물을 이용해 말초동맥으로 줄기세포를 유도해 채취하게 된다.
백교수는 "버거스씨병 치료의 보조요법으로 이해했으면 한다" 면서 "혈관우회수술이 불가능해 수술로 다리를 절단해야 할 정도의 중증 환자가 줄기세포 이식 대상이며, 당뇨족이나 말초동맥 폐쇄질환자에게는 버거스씨병 환자만큼 효과가 뚜렷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고영국 교수도 버거스씨병 환자에게 줄기세포주입술을 적용중이다.
◆난소암 환자에 이식 실시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용만 교수는 난소암 환자에게 줄기세포 이식을 실시했다. 난소암이 상당히 진행해 이미 난소절제수술과 항암요법등을 실시한 중증 환자였다. 김교수는 "2004년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줄기세포를 주입 했는데 1차 치료에서는 암 수치가 더 이상 증가되지 않고, 평형상태를 유지해 2차 치료를 시도했으나, 현재 환자 상태가 워낙 중증이라 예정했던 3차 치료는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유방암 전립선암 신세포암 등 환자에게도 올해 줄기세포 치료를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미국 보고에 따르면 피부암인 악성흑생종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주입한 결과 상당히 치료효과가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기는 하나, 당장에 가시화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부서진 엉치뼈조직 다시 살린다
여의도성모병원 정형외과 권순용교수와 강남성모병원 정형외과 김용식 교수는 고관절(엉치뼈) 무혈성 괴사질환 환자에게 2001년부터 150케이스가 넘는 골수줄기세포 이식을 실시했다. 고관절 무혈성 괴사는 과다한 음주나 스테로이드 복용 등이 원인이 돼 대퇴골두의 혈액순환이 되지 않으면서 골조직이 괴사하는 질환. 30~60세의 남자에게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인공관절 치환 등 수술적 방법이외에는 적절한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었다. 권교수는 " 줄기세포이식을 통해 괴사된 부위에 새로운 골조직이 형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시행방법이 간단하고, 합병증도 거의 없어, 시술대상자을 점점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고관절 무혈성 괴사 외에 ‘난치성 골절 불유합’ 환자에게도 적용중이다.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수호 교수는 올해 안에 역시 무혈성 대퇴골두 괴사증 환자에게 줄기세포 시술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 오일환 가톨릭대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소장
국가에서 인정하는 줄기세포치료센터는 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서울대 세포응용연구사업단’(단장 문신용 서울대의대교수)과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가톨릭기능성세포치료센터’, 두 곳을 들 수 있다. 오일환(사진)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소장을 만나, 줄기세포 치료의 실용화가 언제쯤 가능할지 들어봤다. 국내 성체줄기세포 분야를 리드하는 대표적인 의학자다.
"배아줄기세포가 미래가치라면 성체줄기세포는 현재 사용가치라고 말할 수 있지요. 비교적 활발하게 실용화를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구요."
오 교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래의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배아줄기세포쪽으로 국가적 노력이 치우쳐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성체줄기세포의 현실적 가능성을 인지하고, 차세대 성장을 위한 핵심 기술의 대상으로 지원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균형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줄기세포치료는 분명 새롭게 떠오르는 미래의학의 화두이긴 하지만, 아직 실용화까지는 상당기간 기다려야 할 것"이라면서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지킬 건 지켜야 하는데, ‘무조건 찔러넣고 보자’는 식의 모험주의적 경향은 장기적으로 보면 의학 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줄기세포 치료법들이 충분하지는 못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난치병의 새로운 치료법에 목말라 있는 상황에서 줄기세포치료에 대한 기대가 점점 높아지는 것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구요."
그는 성급한 임상적용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일침을 가했다. "줄기세포 치료에선 새로운 세포치료법 개발은 자랑일 수 있어도 먼저 인간에게 적용한 케이스가 많다는 건 자랑일 수 없습니다." 충분한 동물실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되고, 이런 전제 아래 인간에게 주입해야 하는데, 너무 용감하게 환자들에게 적용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불완전한 상태에 있는 세포를 마치 완성된 상태의 세포치료제로 착각하고 있다"면서 "줄기세포의 특성과 분화조절 메커니즘, 생체내 이식양상 등 충분한 기초 연구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표적으로 실용화된 조혈줄기세포의 경우도 20여년간의 많은 연구 끝에 골수이식을 위한 실용화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지금 줄기세포 치료는 개발단계이며, 분야에 따라 원천기술, 응용기술, 임상적용기술 단계 등 수준차이가 크며, 어느 단계에 있든 각 단계마다 극복해야 할 자기 숙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사회 일각에서 줄기세포치료를 너무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든다고 못마땅해 했다. "국내 대부분 벤처회사들의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면서 "새로운 기술력이 뒷받침 되지 못한 상태에서 마치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세계적 기술력인 것처럼 발표하거나, 기적의 세포치료법을 개발한 양 과대광고를 한다면 이는 곧 심각한 의료계 혼란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줄기세포는 약이 아닙니다. 약은 인간이 만들지만, 세포는 인간이 만든 게 아니죠. 이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것이지요. 자신의 몸에서 채취했거나 혹은 다른 사람의 기증으로 얻은 세포를 단지 인간이 가공처리한 것일 뿐인데, 무슨 신약 개발한 것처럼 많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은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줄기세포치료는 장기이식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그는 "현재는 줄기세포의 잠재성을 발견한 초기적 단계일 뿐"이라면서 " 현재 상태의 세포로는 ‘2% 부족한 상황’에 해당하며, 부족한 2%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을 어떻게 개발하냐가 앞으로 재생의학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분명 줄기세포치료는 혁명적 치료법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치료는 완성된, 즐길수 있는 단계라기보다는, 미미한 효과가 있기는 하나 충분하지는 않은 단계입니다. 줄기세포치료가 확실한 치료법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더 치료기능이 강화돼야 합니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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