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한 겨울, 봄이 올 기색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겨울이 길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달력을 보면 벌써 1월이 다 가고 있고, 곧 2월이 되어 설을 지나고 나면 조금씩 순해지는 바람 속에 우리가 지나다니는 길 곳곳에서 봄기운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나부터도 한겨울, 봄의 길목을 요량하는 방식은 늘 이렇게 달력을 통해서다. 달력은 우리가 살아가는 날들에 대한 시간의 지도이지 계절의 지도가 아니다. 봄이 어느 만큼 왔는지 그 길목을 가장 잘 짚고 있는 것은 우리가 지나다니는 길가의 나무들이다.
때로 이상기온으로 겨울이 봄처럼 따뜻해지기도 해 나무 스스로도 정말 봄이 온 줄 알고 개나리를 터뜨리고 매화를 터뜨리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모든 나무가 그러는 것도 아니고, 그 나무의 모든 가지가 그러는 것도 아니다. 한두 나무의 한두 가지가 전령사처럼 일찍 그것을 알리는 것뿐이다.
길가에 그냥 서 있는 듯해도 그들은 우리보다 큰 키로 멀리 봄이 오는 길목을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잎 떨어진 자리마다 새 봄에 내밀 새 순을 준비하고 있다. 작은 가지 하나를 꺾어보면 이미 기지개를 켜고 꿈을 빨아올리듯 물을 빨아올리고 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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