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생산계약직 채용 비리를 둘러싸고 항간에 나돌던 회사 차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 수사 초기 단계만해도 채용비리는 기아차 노조 광주지부장 정모(45)씨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사측이 1월초 생산계약직 직원 중 부적격자 채용에 대한 책임을 물어 광주공장 인사 실무자 5명을 면직 처리하면서 회사측 개입 의혹이 흘러나왔고 결국 24일 인사 실무자의 입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해 채용된 생산계약직 1,079명 가운데 기아차 본사 감사실이 밝혀낸 입사부적격자는 모두 475명. 이중 나이(30세 미만)와 학력 기준에 맞지 않은 채용기준 미달자는 120여명, 애초에 1차 서류심사에서 평가성적 미달로 탈락대상이었던 지원자는 350여명이었다.
그러나 회사측은 이들이 회사와 노조의 채용추천을 받았다는 이유로 채용을 밀어붙였다. 광주공장 전 인사 담당자 A씨는 "입사원서를 접수할 당시 나이나 학력 미달자는 걸러내고 받지 않았다"며 "그러나 상부에서 내려보낸 채용추천자에 대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채용기준 미달자와 평가성적 미달자가 무더기로 합격한 것이다.
특히 이들을 입사시킨 뒤 회사측이 보인 사후 처리 과정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지난해 10월 기아차 본사 감사팀이 광주공장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감사에 나선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광주공장측은 서류조작이 어려운 120여명의 기준 미달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서류심사 탈락 대상자 350여명의 성적평가 항목별 점수를 합격기준에 맞춰 조작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감사 결과, 서류조작 사실과 입사부적격자 규모가 한꺼번에 밝혀지면서 일부 노조 대의원들의 해명요구로 회사측은 궁지에 몰렸다. 이 과정에서 회사측이 광주공장장과 인사실장은 빼놓은 채 인사권이 없는 실무자 5명을 면직 처리해 회사측이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회사측의 조직적인 채용비리 개입은 노조 견제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조에게 추천권을 줘 갈등을 피할 수 있고 회사가 추천권을 통해 선발한 직원을 동원하면 노조의 동향파악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광주공장 관계자는 "노조 돌아가는 분위기를 알기 위해서는 노조 내에 회사측과 가까운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이는 현장 통제를 위해서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인사실장이 노조나 회사측으로부터 채용추천자의 명단을 건네 받는 주요 창구역할을 했다"며 "채용추천권을 통한 상부의 부당한 인사지시는 관행으로 굳어 있어 바로 잡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