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오늘날 정부 혁신을 위한 이념적 기반을 마련하고, 정부나 사회공동체 운영에 적용할 수 있도록 모델화해 이를 학습을 통해 내면화하여 실천함은 물론 각급 기관에 보급해 나갈 계획이다."
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이 25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별관에서 ‘선조(先祖)에게서 배우는 혁신 리더십-사례 발표 및 토론회’를 연다고 보내온 보도자료의 마지막 대목이다. 문화재청이 이런 주제의 토론회를 여는 걸 처음 보는데다, 그간 해오던 일과 너무 동떨어져 의아했다.
전화해서 담당 직원에게 물었다.
"청와대나 총리실, 행정자치부에서 정부 혁신 과제로 이런 연구를 맡아 달라는 요청이 있었나요?"
"아니오. 지금 청장이 취임하실 때쯤 저희 직원들이 이런 주제의 연구토론회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냈고, 추진하라고 해서 진행된 겁니다. 문화재청은 유적·유물을 보존하고 관리만 하는 부서라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정신문화를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화재청이 자발적으로 시작했다지만 중간에라도 정부 혁신 작업에 참고하도록 다른 부처와 협의했습니까?"
"행자부와 이야기 중인데, 이번 토론회 때 행자부 공무원이 와서 보고 판단할 겁니다. 아직 결정된 건 없습니다."
문화재청이 밝힌 연구 참여진에는 "정부 혁신 과제 전반의 컨설팅을 맡고 있다"는 아이비에스(IBS) 컨설팅의 본부장 실장 팀장 선임연구원의 이름이 올라 있다. 정부 혁신에 참고할 연구를 그 일이 주무인 다른 부처와 일언반구 상의 없이 시작해놓고, 결과를 정부 혁신에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의욕 내는 것까지는 열의가 앞선다고 보아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정부 혁신을 위한 이념적 기반을 마련’하고 그것을 ‘학습을 통해 내면화’하면서 적극 ‘보급’하겠다는 열정은 지나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양새는 이상하지만 그나마 행사 내용이 알찬 건 다행이다. ‘정부 조직의 혁신 모델을 찾기 위해 외국 최고경영자의 성공사례나 경영이론을 찾는 데 급급했지, 우리의 역사 속에서 한국적 리더십의 사례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데 소홀’했다는 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취지 설명은 공감할 만하다. ‘국가나 제도도 처음에는 좋은 뜻 맑은 정신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폐단이 생기고 기득권층의 도구로 전락하기 쉽다’는 지적도 시의적절하게 들린다. 이날 토론회에선 정도전 태종 세종 이이 유성룡 김육 최명길 영조 정조 채제공 정약용 11명의 리더십 사례가 발표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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