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세 달 된 태아는 생명이라고 여기지 않고 지웠어요…. 딸의 출산이 제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줄은 그땐 몰랐지요. 아기가 펴지지도 않는 고사리 순 같은 손가락으로 제 손을 잡을 때 비로소 신의 선물임을 깨달았습니다."
반세기만의 후회와 감격이었다. 인공수정으로 아기를 낳아 세계 최고령 산모가 된 루마니아의 아드리아나 일리에스쿠(67) 할머니(한국일보 1월 17일자 A13면 보도)가 23일 영국 데일리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시절 낙태 사실을 털어놓았다. 고백이자 예비 엄마들을 위한 충고였다.
그는 대학생이던 스무 살 때 공학도와 결혼했다. 4년간의 결혼 생활에서 두 번이나 임신했지만 별 죄의식 없이 모두 낙태시켰다. "임신중절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고 심지어 산아제한의 방편으로 여겼었지요." 세 달이 안된 태아는 생명체가 아니라는 당시 공산주의 사회의 통념을 그대로 따랐다. 이혼 후 혼자가 되자 그는 마음의 안식을 얻기 위해 종교를 찾았다. 루마니아 정교회 신자가 된 뒤에야 생명의 고귀함을 깨닫고 아기를 갖고 싶어졌다. "수십 년 동안 기도했어요. 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꿈을 향해 노력하면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을 한 순간도 버리지 않았죠."
폐경 후에도 10년 가까이 월경을 되돌리는 수술 등 불임치료를 받았다. 이후 ‘젊고 건강한 기증자’의 정자와 난자를 받아 세 차례나 인공수정을 시도했다. 마침내 기적이 일어났다. 세 번째 시도 만에 지난해 세 쌍둥이를 임신하게 됐다. 2개월 만에 태아 하나를 잃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예정일보다 6주나 이른 16일 태아의 상태가 좋지 않아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하나는 꺼내기 직전에 숨졌지만 다행히 하나가 살아 남았다. 딸(엘리자 마리아)이었다. 하지만 몸무게가 1.4㎏에 그쳐 인큐베이터 신세를 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걱정과 비난도 없지 않다. 그 나이에 아이를 낳아서 다 자랄 때까지 책임 있게 키울 수 있겠느냐는 것과 인공수정의 윤리성에 대한 문제 제기인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는 "내 딸은 멋진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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