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내수경기에 화신(花信)이 찾아오는가. 경기 해빙의 도래를 예고하는 신호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주식시장이 연초부터 활력을 되찾으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4·4분기 신용카드 사용액이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연초 백화점 매출이 신장세를 보이는 등 소비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내수판매도 상승세로 돌아서고 부동산시장도 꿈틀댄다는 소식이다.
이 같은 징후들을 근거로 조심스런 낙관론이 솔솔 피어나고 있는 것은 반길 일이다. 대기업들의 공격적 투자확대 계획 등으로 기대심리가 높은 가운데 나타나고 있는 실물부문의 긍정적 신호들은 분위기 반전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신중하기로 소문난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최근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경기회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 것도 한몫 거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진단이 ‘속단은 금물’로 모아지고 있는 데 유의한다. 분위기 전환이 중요하지만 아직은 추세를 보여주는 구체적 통계로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체감경기는 나아질 것이지만 3년 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김중수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의 실토는 우리 경제가 처한 위치를 냉정하게 지적한 것으로 봐야 한다.
경기회복의 최종 신호는 소비에서 나타난다. 투자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가 늘어나면 자연히 가계소득이 늘어 소비가 살아나는 법이다. 이런 선행조건들이 생략된 소비는 거품이고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정부가 할 일은 반짝 신호에 현혹되지 말고 모처럼 돌기 시작한 온기를 확산시켜 장기적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는 처방을 제때 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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