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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자원 연구사업 이끄는 이형규 박사/ "아마존서 생명의 신약 길어올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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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자원 연구사업 이끄는 이형규 박사/ "아마존서 생명의 신약 길어올 터"

입력
2005.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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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강 유역은 전세계 고등식물 30만 종 중 10만 종이 몰려 있는 ‘지구의 식물원’입니다. 그런데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신약의 절반이 식물에서 나왔지요. 이번에 페루 아마존강 상류 지역을 답사해 보니까 약초가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더군요. 불치병을 물리칠 수 있는 신약을 반드시 개발해 내겠습니다."

한국 연구팀이 아마존의 식물자원을 원료로 신약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과학기술부가 첫 해인 올해만 10억 원을 지원해 페루 측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유용 식물 소재추출물 연구사업(2014년 완료)’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제어연구실 팀장 이형규(51) 박사가 바로 20여 명의 연구팀 책임자다.

그는 지난해 8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의학연구소, 아주대 등의 전문가 8명으로 기술조사단을 꾸려 페루 이키토스에 있는 국립아마존연구소 식물원에 다녀왔다.

"세계적으로 휘귀한 식물이 넘쳐나더군요. 이파리 위에 가시가 꽂혀 있는가 하면 이파리에서 꽃이 피기도 하고 잎새 크기가 엄청난 것도 있었습니다. 페루 쪽에서는 자원을 지원하고 대신 우리의 기술을 전수받기를 원했습니다. 최근 미국 연구진은 말레이시아 밀림의 칼라놀라이드라는 식물을 이용해 에이즈 신약을 개발하고 있어요. 바이오 산업 전성시대를 맞아 각국이 사활을 걸고 있는데 식물은 그 중에서도 핵심 분야 입니다. 저개발 국가의 식물 자원에서 매번 신약이 개발됐다는 역사를 감안하더라도 이번 연구는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 잉카문명 때부터 내려오는 ‘마카’라는 신비한 풀에 기대가 큽니다. 3,000m 고산지대에서 자라는데 우리의 인삼과 같은 전통약재이지요. 캣츠클로(고양이 발톱이란 뜻)라는 식물도 주목대상입니다."

대전의 생명연 자생동 건물 3층 연구실은 그래서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이 박사는 요즘 아마존 천연식물 수백 가지에 관한 문헌 등을 일일이 검색하고 자료를 정리 중이다. 2월 말 페루에서 전문가 4명이 오면 함께 연구계획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의 시골에서 자란 이 박사가 생약학 분야에 평생을 바친 데는 이유가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농사 짓던 아버지가 파상풍으로 돌아가신 게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결국 사람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약품 개발에 관심을 쏟게 된 것이다.

그는 서울대 약학과를 나와 석·박사를 받은 순수 국내파로 목련에서 천식치료제를 개발해 과학기술인상을 받는 등 식물을 활용한 신약 개발 분야의 대표적인 두뇌다.

그는 30년 가까이 약초를 조사하러 제주도에서 울릉도까지 전국의 산과 들을 누볐다. "한번 답사를 나가면 1주일에서 열흘 정도 집을 비우기 마련이라 신혼 때는 집사람한테 구박도 많이 받았습니다. 약초는 지리산에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묻지 말아 주세요. 소문이 나면 사람들이 몰려 가서 수백 년 된 나무를 다 캐 가 버리거든요. 우리 자원은 우리가 보호해야지요."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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