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에서 당장 떠나라." "종합주가지수는 조만간 700선 대까지 조정을 받는다."
올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내 증시에 대해 외국 발 ‘과열 경고음’이 잇따라 울려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같은 경고 때문인지 24일 8포인트 이상 상승세로 출발한 거래소시장은 결국 보합세로 마감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은 금융감독위원장의 과열현황 보고 지시에도 아랑곳 않고 10포인트가 넘게 상승하는 강세를 이어갔다.
증시 과열 경고에 앞장선 것은 외환위기를 가장 먼저 예견하는 등 한국증시의 하락시기를 비교적 정확히 맞춰 ‘한국증시의 저승사자’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도이치증권의 스티브 마빈 상무. 그는 이날 ‘셀 코리아’라는 제목의 한국 전략보고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한국 주식비중을 줄이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주식을 팔아야 할 이유로 한국의 계속되는 소비침체, 서비스부문의 수익성 저하, 미국의 수요 약화에 따른 수출 부진 가능성 등을 꼽았다.
마빈 상무는 "결국 GDP 증가율이 주식시장의 행보를 결정지을 수 밖에 없는데, 전반적 성장잠재력의 급격한 손실 때문에 한국증시에 대한 관점을 부정적으로 바꾼다"며 "주식시장에서 손뗄 수 없는 투자자는 저평가주와 고배당주 위주의 안전투자로 전환하되, 떠날 수 있는 투자자는 떠나라"고 조언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도 이날 "한국 주식시장의 자기자본수익률 17.1%를 감안하면 현재 한국증시의 시세는 싼 게 아니다"라며 차익실현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씨티증권은 자체 시장예측 모델 평가치 산출결과, 한국증시의 추가 상승여력은 최대 7%선인데 비해 하락 위험폭은 14∼20%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재의 강세장을 ‘대세상승’으로 믿고 추가 매수에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조만간 종합주가지수가 780~790선, 최악의 경우 720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씨티증권은 "종합지수 950선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한국증시의 재평가를 믿을 수 있어야 하지만, 여전히 한국기업의 배당성향(25%)이 아시아 평균(40%)에 못 미치는 등 재평가를 위한 핵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조만간 실망감이 표현될 것"이라며 "주가 강세가 유지되는 향후 수주일간 차익을 실현한 뒤 앞으로 6~9개월 이후에나 매수에 나서라"고 권고했다.
LG투자증권도 "지금은 주식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기가 부담스러운 시점이며, 추격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외국계 증권사의 과열론에 동조했다. LG투자증권은 특히 외국인에 이어 연기금까지 정보기술(IT)업종에 대해 매도 우위로 돌아섰고, 연초 대비 종합주가지수가 2% 정도 상승하는 과정에서 IT주는 11% 이상 급등한 점을 그 이유로 지적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설비투자가 증가세로 돌아서고 소비회복도 초기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과열론은 성급한 우려"라며 "최근 외국인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으나, 기관의 매수세가 살아나고 개인도 증시에 되돌아오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의 적극적 매수가 없어도 적어도 4월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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