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의원이 24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것은 여당이 ‘중도 실용노선’과 ‘민생경제 우선’에 확실한 방점을 찍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소위 개혁입법 처리와 당내 각 세력의 화합 문제가 여전히 난제로 가로놓여 있어 정 원내대표의 앞길도 그리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이날 의원총회의 정 원내대표 선출과정은 일사천리였다.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의원들의 질의 응답도 덕담이 대종을 이뤘다. 특히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고 만장일치 박수 추대로 선출을 마친 것은 예상 외였다. 여기엔 "더 이상 분열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다수 의원들의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강경파인 유시민 임종인 의원 등은 외유로 의총에 불참했다.
정 원내대표의 이날 정견발표 등도 이 같은 분위기를 그대로 昇?있다. 정 원내대표는 ‘민생경제의 실천’을 핵심 화두로 삼으며 "먼 곳의 물로는 눈 앞의 갈증을 풀지 못한다는 고어지사(枯魚之肆)라는 말을 되새기자"고 말했다. 그는 또 "개혁의 의지나 목표뿐 아니라 결과에 대한 책임성이 중요하다"며 "국민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성공하는 개혁론’을 피력했다. ‘개혁을 위한 개혁’을 지양하고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비추어 정 원내대표 체제는 ‘첫째도, 둘째도 개혁’을 외쳤던 천정배 전 원내대표 때와는 달라질 전망이다. 경제 살리기에 역점을 두면서, 이를 위해 야당과의 극한 대립도 가급적 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가 국가보안법 등 처리 문제에 대해 "야당과 지혜를 모으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면서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정 원내대표가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는 정치인인 만큼 합의정신을 앞장서 실천하리라 믿는다"며 기대를 표시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당장 2월 임시국회라는 시험대에 올라야 한다. 그는 개혁입법을 둘러싼 야당과의 이견은 물론이고 재현 가능성이 다분한 당내 이념 갈등을 조정·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발하고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 丁원내대표·元정책위의장 일문일답
열린우리당 정세균 신임 원내대표는 24일 "2월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 문제 등을 다루기로 한 한나라당과의 지난 연말 합의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_작년 말 야당과 국보법 등의 처리에 합의한 건 유효한가.
"유효하며 실천방법에 대해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와 긴밀히 협의하겠다."
_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유보할 가능성 있나.
"그렇지는 않다. 여야간 합의서가 있는 만큼 그에 기초해 운영하면 된다."
_합의처리를 위해 대체입법으로 양보할 의향은.
"국보법은 이미 당론이 있다. 당론 변경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 ‘폐지 후 형법보완’이라는 당론은 그대로 살아있다."
(원혜영 정책위의장)"당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대체입법을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합의를 위해 최소한만 고친다는 식의 타협은 필요하지 않다."
_정책위 역량 강화방안은.
"독립성을 제고하고 기능을 보강하겠다. 열린정책연구원은 중장기적인 부분을 담당해야 한다. 정부와는 협력하면서 경쟁하겠다."
(원 정책위의장)"원내대표단과 정책위의 연계성이 강화돼야 한다. 수면에 떠있는 빙산의 10분의 1이 원내대표단의 활동이고 빙산의 몸통을 정책위가 떠받쳐야 한다."
정 원내대표 ▦전북 장수(55) ▦전주 신흥고·고려대 법대 ▦미 페퍼다인대 MBA ▦쌍용그룹 상무 ▦15,16,17대 의원 ▦민주당·우리당 정책위의장 ▦국회 예결위원장 ▦최혜경(53)씨와 1남1녀
원 정책위의장 ▦경기 부천(54) ▦경복고·서울대 사범대 ▦풀무원식품㈜ 창업 ▦14,17대 의원 ▦국민통합추진회의 대변인 ▦부천시장 ▦우리당 정책위 수석부위원장 ▦안정숙(53)씨와 2남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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