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공사에 반대, 장기 단식을 해 온 지율 스님의 행방이 묘연하다.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란 주변 인사들의 전언대로라면 참으로 다행한 일이지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님은 앞서 세 번의 장기 단식으로 깊은 인상을 국민에게 심은 바 있다.그래도 이번 단식은 너무 길었다. 24일로 정확히 90일째니 범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석 달을 곡기를 끊고 물에 의지해 왔으니 육체적으로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스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을 추스르기 위한 휴식과 요양이다. 어떤 이념과 명분도 이에 앞설 수 없으며, 스님의 건강이 상한다면 ‘방관’ 책임은 바로 자신들에게 있음을 주변 사람들이 명심해야 한다.
스님은 그동안 단식 해제 조건으로 천성산 린@?토목공사는 진행하되 발파작업은 3개월 보류하고, 그 기간에 터널공사가 천성산 환경에 미칠 영향을 조사하자고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법원이 ‘도롱뇽 소송’ 기각을 최종 결정하는 순간 더 이상의 정책 변화는 어려웠던 게 현실이다. 정부가 끝내 스님의 요구를 거부한 것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율 스님의 상징성에 기대어 정책변화를 기대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스님의 뜻에 공감하면서도 그것으로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더 많았던 셈이다.
스님의 단식은 정부를 향한 외침으로서는 실패했지만 국민 모두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보다 큰 의미의 성공을 거두었다. 스스로의 목숨을 걸고 자연의 생명 살리기에 나선 스님의 참뜻이 여기 있는 것 아닐까. 우리가 불교와 천주교, 기독교 지도자들이 다짐한 ‘참회 단식’이 무조건적 단식 확대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나, 어느 쪽이든 이제는 현재의 자리에서 마음을 가다듬어야 할 때라고 믿는 것이 모두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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