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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취향' 연재 시작한 시인 강정/ "세상에 알려진 것 말고 그 이면을 들추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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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취향' 연재 시작한 시인 강정/ "세상에 알려진 것 말고 그 이면을 들추고파"

입력
2005.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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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나’를 두고 고심깨나 했던 바, 그의 첫 인상기를 건너뛰고서는 아무래도 그를 제대로 말할 수가 없다. 앎보다 먼저 오는 ‘느낌’이 그의 경우에는 특히 강렬해서, 마치 복잡하기 짝이 없는 퍼즐 도전자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힌트 같아서다.

각설하고, 그의 외모는 통상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 흔히 하는 ‘남자다운’이나, 격의 없는 이들끼리 주고 받는 ‘산 도적 같은’ 정도의 형용사가 어울린다. 공식적인 표현을 빌어, ‘현대 대한민국의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갖춘 미감에 따르더라도 ‘상(常)’의 저 아랫자락 범주에 든다는 의미다. 그 ‘느낌’은, 그의 글이 주는 다채로운 감각과 정치한 사유의 이미지에 비춰볼 때 너무나 낯선 것이었다. 그가 시인 강정(34)이다. 어쩌면, 선험적으로 각인된 이미지와 실재의 차이에서 비롯하는 그 ‘낯섦’이 그가 문화를 느끼고 쓰는 방식을 상징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는 그렇게 1년 가량 매주 화요일 ‘강정의 나쁜 취향-문화, 낯설게 보기’를 끌고 갈 참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그는 시인이다. 그것도 1992년 등단했으니, 70년대 생으로는 가장 일찍 시단에 이름을 올렸다. 96년 군을 제대하고 쓴 시를 모아 들고 생면부지 인연불모의 출판사에 ‘쳐들어가’ 낸 시집이 첫 시집이자, 유감스럽게도 여태 유일한 시집인 ‘처형극장’(문학과지성사 발행)이다. "시가 잘 쓰일 때는 세상에 무서운 것, 부러운 것이 없더라"던 그는, 뒷날 소설로 궤도를 옮겨 앉은 김연수 이응준 등과 함께 그 시절 문단의 곁다리 비사(秘史)에 들법한 ‘탈세대’라는 시 모임을 만들어 동인으로 활동했고, 소설도 썼으나 별 ‘재미’를 못 봤다. 호구책으로 ‘웹진 리브르’에 취직해 갑근세 내며 썼던 글을 모아 근년에 ‘강정의 문화스펙트럼- 루트와 코드’라는 제목의, 글맛을 아는 이들이 소문 없이 찾아 읽는 책을 내기도 했다.

시리즈 이름 ‘나쁜 취향’은 그가 정했다. "수전 손택이 말한 ‘나쁜 취향’의 그 ‘나쁨’은 사회적으로 나쁜 감수성을 유포하는 문화라는 의미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잘 모르거나(unknown), 잘 언급되지 않는(unmentioned) 문화를 포용하는 의미입니다. 그것은 도덕적인 판단을 벗어나 새로운 미학을 발견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오스카 와일드도 ‘사람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매혹적인 사람과 무료한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지 않습니까."

그는 뒤죽박죽 잡동사니의 문화적 현상들로 지면을 이끌되 그 근저에는 문학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어차피 제가 황지우 장정일의 시와, 록(rock)의 세례를 받은 세대잖아요." 그는 "무엇을 보고 누구를 만나더라도 세상이 아는 것과 다른 면을 부각하고, 고정관념의 이면을 들추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김경욱 문태준 천운영 윤성희 등 또래 시인 소설가들의 상복이 유난스럽던 지난해 말, 한 문학상 시상식 뒤풀이 자리에서 그는 친구들의 원성을 사면서도 마이크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한때 로커의 꿈을 진지하게 꾸었음을 내심 자랑삼는 그가 몸을 실어 토해내는 노래는 자타 공인 일류 프로의 그것이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그의 열정은 매혹적이었다. 그 열정의 처음과 끝에 시와 문학이, 문화가 있음은 자명해보였다.

"물론 시야 써왔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집을 낼까 싶다가도 써놓았던 시를 찢어버리게 돼요. 좋은지 나쁜지 판단이 안서는 겁니다. 알게 모르게 변한 나의 시를 마주하기 싫은 것 같기도 하고, 그 변화에 스스로 적응을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번 연재의 시작과 끝은 저의 문학의 길을 찾고 제 깜냥을 가늠하는 과정이기도 할 것입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사진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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