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금 사냥꾼’ 사건으로 외교·통상 교류가 단절된 베네수엘라-콜롬비아 사태가 미국 정부의 대리전 성격으로 변질되면서 장기화할 조짐이다.
‘현상금 사냥꾼 사건’ 이란 콜롬비아 정부가 지난 13일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 머물고 있던 좌익반군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간부 로드리고 그란다를 사실상 강제 연행한 사건. 콜롬비아 경찰은 이 과정에서 베네수엘라 경찰과 보안관리 등에게 뇌물을 건네 그란다 ‘납치’를 배후 조종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번 납치극은 명백한 주권침해"라고 강력 반발하며 사건 발생 다음날부터 콜롬비아와의 교류를 전면 중단했다. 콜롬비아가 두번째 교역대상국일 정도로 경제적 이해관계가 적지 않지만 "정부 관리를 타국 정부가 매수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게 차베스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콜롬비아 정부는 "테러리스트를 체포하기 위한 현상금 지급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절대적으로 합법적인 것"이라며 좌익반군과 ‘코드’가 맞는 베네수엘라 좌파정권이 "반군에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며 오히려 차베스 정권을 공격하고 나섰다.
양국의 대립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중재에 나서고, 경제계가 조기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수습국면으로 접어드는 듯 했으나 미국 정부가 개입하면서 다시 불똥이 커졌다.
윌리엄 우드 콜롬비아 주재 미국 대사는 "그란다 체포에 현상금을 이용한 콜롬비아 정부 결정은 100% 옳다"고 차베스 정권의 심사를 뒤틀리게 하더니 18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 출석한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는 "베네수엘라가 쿠바와 밀착하는 등 반미 남미통합을 추구하는 것을 용납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해 차베스 대통령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싸움으로 현상금 사건이 변질되자 차베스 대통령은 외무부와 의회 등 정치권을 총동원해 대미 성토에 나섰다. 군정종식 및 민주정부 수립 47주년 기념일인 23일 카라카스에서는 차베스 지지자 수천명이 대규모 반미시위를 벌였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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