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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새 도약 화음 울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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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새 도약 화음 울리려나

입력
2005.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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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이 대변혁을 앞두고 초긴장 상태다. 서울시는 서울시향을 세계적 교향악단으로 키운다는 목표 아래 현재 세종문화회관 소속인 서울시향을 재단법인으로 독립시키고 상임지휘자로 세계적 음악가를 영입하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새해 들어 법인화를 위한 입법예고와 발기인대회를 마친 데 이어 정명훈씨를 포함한 7~8명을 상임지휘자 후보로 접촉 중이다. 법인화에 대비해 올해 서울시향 예산 중 공연비도 지난해의 두 배인 23억 8,700만원으로 늘렸다. 서울시향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적극 지원할 테니 열심히 해보라는 것이다.

법인화와 최고의 상임지휘자 영입은 서울시향이 도약하는 전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향 내부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것은 새출발 과정에서 기존 단원의 재평가와 그에 따른 물갈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향 단원은 60세 정년에 실력과 상관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월급이 올라가는 호봉제다. 그동안 단원 평가는 유명무실했다. 서울시향 내부에서는 물갈이가 있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어쨌든 이는 무풍지대나 다름없던 서울시향에 불어닥칠 폭풍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 격랑은 세종문화회관의 국악관현악단, 극단, 뮤지컬단, 무용단 등 다른 예술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년 넘게 공석인 상임지휘자로는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씨가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향 관계자에 따르면 정씨를 포함해 체코의 블라디미르 발렉, 안토니 비트, 미국의 요엘 레비가 집중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어느 누구와도 구체적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며 2월 말이나 3월 초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지휘자 결정 후 3월 중 법인 설립 등기를 마치고 7월께 재창단 연주회를 한다는 계획이다.

정씨는 1998년 1월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했다가 부지휘자 영입 등의 문제로 마찰을 빚은 끝에 네 달 만에 사임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조국에 봉사하고 싶지만, 일할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서 사임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울시가 파격적 대우와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고 있어서 그가 올 가능성이 높다.

오케스트라 발전이 지휘자 혼자 잘났다고 되는 건 아니다. 지휘자, 단원, 행정·재정 지원의 3박자가 맞아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지휘자의 역량이 가장 중요한 관건임을 감안할 때 훌륭한 지휘자를 영입하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한국 축구가 히딩크 감독을 맞아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것처럼, 서울시향도 좋은 지휘자 밑에서 과학적인 조련을 받는다면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법인화 이후 3년 내 아시아 정상, 5년 내 세계 정상급 도달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울시향 법인화 이후 추가적인 재정 지원, 단원 처우의 획기적 개선, 전용홀 건립, 오케스트라 운영을 뒷받침할 사무국 인력의 대폭 증원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향 사무국 인원은 3명. 기획·홍보·마케팅·악보와 악기 관리 등 기본 업무를 수행하기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같은 아시아에서도 홍콩, 필리핀, 싱가포르 심포니는 그 숫자가 20여 명, 미국 시카고 심포니는 130명, 뉴욕필은 73명이다. 전용홀 마련은 최근 이명박 시장이 밝힌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오페라하우스 건립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서울시향은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명성의 교향악단이다. 서울시향의 역사적 기점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해방 직후인 1945년 10월 출발한 고려교향악단이 모체라고 보면 올해로 60주년이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툭 하면 상임지휘자 없이 표류하면서 안으로는 무사안일과 밖으로는 서울시의 무관심 속에 침체의 늪을 헤맸다. 서울시가 전폭 지원을 밝힌 지금, 서울시향은 법인화에 따른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속에서도 더 이상 추락할 데가 없다, 달라져야만 한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서울시향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바야흐로 폭풍전야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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