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은 최근 명계남씨 등 노사모가 주축이 돼 발족한 국민참여연대 회원으로 가입했다가 바로 탈퇴했다. 그는 "실용주의 모임이란 얘기를 듣고 가입을 했는데 창립대회를 보니까 아닌 것 같아서 빠졌다"고 말했다. 해프닝이기는 하지만, 그의 뚜렷한 색깔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경제활성화와 규제개혁을 입에 달고 다닌다.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으로 더 대중에 회자된 "기업이 국가"라는 말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대통령 경제특보,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포럼’ 대표, 국회 규제개혁 특위 위원장 등의 직함이 말해주듯 그의 의정 활동은 철저히 경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와 각 지역 기업인들을 두루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부와 청와대에 부지런히 건의했다.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놓고 여야가 한창 대치중인 상황에서는 "기업인의 기를 죽이는 입법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는 재고해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혁을 합창하지 않으면 ‘반(反) 개혁’으로도 몰릴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는 "그 동안 당과는 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예컨대 출자총액제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목소리 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총리 내정 파동 당시 그는 같은 당 강경파 의원들로부터 "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손가락질을 받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으로 국정기조를 바꾼 지금, 이제 그런 목소리는 자취를 감췄다.
그는 이제 제 물을 만났다고도 할 수 있다. 친노 386 의원 그룹인 ‘의정연구센터’가 김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가 4월 전당대회에서 당 의장 경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 의원은 "올해 경제 살리기와 대북관계 개선 등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의장 경선출마 여부는) 주변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다"고 일단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문희상, 염동연, 한명숙 의원 등 다른 친노 중진들과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한 듯 하다.
한나라당 소속 경남 지사를 지내다 여당에 합류한 김 의원으로서는 개혁 성향이 강한 당원들의 마음을 잡는 게 과제로 보인다. 당권에 도전하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김 의원은 "당이 그 동안 국민여론을 외면한 채 너무 이상적인 방향으로 갔다"면서 "잘 먹고 잘 사는 문제를 등한시 한 게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며 경제와 민생우선의 노선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가 올해 당에서 어떤 위상을 확보할 지가 우리당의 진로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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