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갑자기 감꽃이라니. 감꽃은 초여름 단오 무렵 느지막이 피는 꽃인데, 어젯밤 꿈에 동생과 함께 감꽃을 주웠다. 마당 가에 할아버지가 심은 나무였는데, 하얀 감꽃이 팝콘처럼 마당에 툭툭 떨어졌다.
동생과 나는 마루 위에 앉아 있다가 부엌에 들어가 요즘 쓰는 플라스틱 바가지가 아니라 예전에 쓰던 노란색의 박 바가지를 들고 나와 우리 눈앞에 콩처럼 튀고 팝콘처럼 튀는 감꽃을 주워 담았다.
그리고는 어머니의 반짇고리에서 실을 끊어와 그것을 목걸이처럼 꿰었다. 그걸 목에 두르고 서로 중 같다고 웃었다. "여자 중도 있나, 뭐?" 하고 동생이 물었는데, 그렇게 묻는 동생은 여덟 살이었고, 나는 그보다 두 살 많은 열 살이었다. 그때까지 우리는 가끔 마을로 탁발을 나오는 대관령 아래 보현사의 남자 스님밖에 본 적이 없었다.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 아침에 일어나 생각하니 그것은 우리 어린 날의 모습 그대로였다. 감꽃 필 무렵이면 그걸 주울 생각에 잠도 일찍 깨곤 했는데. 입안에 하나 넣어 깨물면 생감을 문 듯 텁텁하기만 하던 그 꽃이 그때는 왜 그렇게 좋았을까. 오늘은 형제들에게 두루 전화를 해봐야겠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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