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오옥(51) 기획처장이 KAIST를 사립 종합대학화하려는 로버트 러플린(54) 총장의 구상에 반발해 사퇴하는 등 학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24일 KAIST에 따르면 박 처장은 최근 보직사퇴를 선언하면서 13일 전체 교수들에게 ‘총장께 드리는 마지막 고언’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박 처장은 이메일에서 "KAIST를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으로 만들겠다던 약속을 벌써 잊었느냐"며 러플린 총장을 정면 비판했다. 박 처장은 또 정부 지원에 반대하는 러플린 총장 탓에 지난해 200억원의 예산 확보가 무산됐고, 총장의 개인휴가 때문에 이사회가 연기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박 처장은 전임 홍창선 총장(현 열린우리당 의원) 때부터 기획처장을 맡아 지난해 러플린 총장을 영입하는데 과학기술부와 함께 실무를 맡았던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러플린 총장에 대한 박 처장의 비판은 사실상의 총장 불신임 운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러플린 총장은 박 처장의 사퇴 의사를 수락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후임 인사를 하지 않고 있다.
앞서 12일 전기 및 전자공학 전공 교수 50명은 러플린 총장의 KAIST 사립화 구상에 반대하는 내용의 공개질의서를 연명으로 제출했으나 러플린 총장은 이를 반박하며 수용하지 않았다. 또 학부생과 대학원생들도 17일 토론회를 열고 러플린 총장의 구상에 대해 찬반 논쟁을 벌이는 등 KAIST는 개교 이후 최대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러플린 총장은 지난해 말 7,000명 수준인 현행 입학정원을 2만명으로 증원하고, 연간 600만원 정도 등록금을 받으며, 학부에 의대 법대 예비반 및 경영대학원 예비반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립 종합대학화 비전을 제시했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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