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새해 들어 다시 안팎의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
밖으로는 한일협정,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사건 등의 외교문서가 공개되면서 여권이 박 대표의 ‘아킬레스 건’인 유신시대의 어두운 망령을 집요하게 문제삼고 있다. 당내에서는 홍준표, 이재오 의원 등 비주류에 이어 소장파들마저 ‘과거와의 단절’을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홍 의원은 23일 개인성명서에서 "대표는 바뀔 수 있지만 한나라당은 영원해야 한다"며 박 대표의 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20일 "내가 누구의 딸인지 잊어 달라"고 말한 뒤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24일 당 상임위에서 김영선 최고위원이 "방송이 문세광에 대해 총알이 발견 못 돼 범인이 아니라는 식으로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 강경 대처하자"고 주문했지만, 그는 일체 응대하지 않았다.
박 대표의 침묵은 곤혹스러움으로 받아들여진다. 유승민 대표 비서실장은 "여권의 공세에 대응했다간 과거사의 늪에 빠져드는 여권의 노림수에 말려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박 대표가 속수무책인 것은 아닌듯하다. 무시를 하느냐, 정면 대응을 하느냐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눈치다. 핵심 측근은 "자체 여론조사를 해보니 과거사 들추기의 파괴력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전했다. 그는 "미공개 문서 중에는 박 전 대통령의 과실뿐 아니라 산업화 등 긍정적인 측면도 부각되는 만큼 마냥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과거사는 한번 걸러져야 하는 만큼 미리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박 대표가 과거사 태풍을 어떻게 버텨낼지 주목된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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