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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러피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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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유러피언 드림

입력
2005.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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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제2기 취임연설은 자유와 개인소유권의 확대라는 철저한 미국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외교정책에서는 자유의 확산, 국내 정책에서는 개인소유 확대를 핵심 개념으로 설정해 개인의 자유를 최대로 보장하는 세계를 건설하려는 것이 부시의 대의이다. 부시 대통령이 외치는 대의는 다분히 기독교 원리주의적 소명의 반영이지만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품었던 이상의 유산이며 ‘아메리칸 드림’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 최근 번역 출간된 제러미 리프킨의 신간 ‘유러피언 드림’은 부시의 미국적 가치와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통렬한 비판서이다.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등의 저서로 우리에게 익숙한 그는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을 선언하고 유러피언 드림을 새 희망으로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유러피언 드림은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 내의 관계를, 동화보다는 문화의 다양성을 강조한다. 또 부의 축적보다는 삶의 질을, 무제한적 발전보다 환경보전을 염두에 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일방적 무력행사보다 다원적 협력을 우선한다.

■ 리프킨은 ‘소유의 종말’에서 소유 대신 접속(Acess)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설파했는데 유러피언 드림에서도 접속의 시대를 강조한다. 부시 대통령이 국내 사회보장 문제의 해결책으로 개인 소유의 확대 즉 오너십 소사이어티를 제시한 것과는 정반대다. 리프킨은 또 미국이 민족국가 시대의 주권개념을 고수하고 있는 데 반해 유럽 통합을 주목하며 공동체 내의 관계형성 속에서 개인자유가 신장되는 가능성을 본다. 나라들 간의 공존과 조화를 중시하는 그의 주권 개념은 부시의 일방주의에 대한 강한 비판이기도 하다.

■ 리프킨은 이성주의에 기초한 모더니즘이 인간의 탐욕과 이념과잉, 환경파괴를 초래했으며 포스트 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문제점들을 드러내긴 했지만 인류에게 새 길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리프킨은 이제 유러피언 드림에서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을 넘어 인류의 새로운 희망을 엿본다. 이처럼 세계의 지성들 사이에서는 현대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는데 부시 대통령은 200년 전 과거의 모더니즘 출발선에 다시 선 것 같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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