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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자오쯔양이 보여준 ‘역사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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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자오쯔양이 보여준 ‘역사의 무게’

입력
2005.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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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전 총서기가 사망한 지 7일째인 23일 아침. 빈소가 마련된 베이징(北京) 왕푸징(王府井) 푸캉후퉁(富强胡同) 6호의 자택에는 아직도 조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줄을 선 사람들과 수백개의 크고 작은 화환 때문에 빈소로 들어서는 골목길이 몹시 좁게 느껴진다.

벽에는 형형색색의 추모글이 붙어있다. "6·4를 재평가 하라", "자오는 죽어서 자유를 얻었다", "중국 인민의 가장 충실하고 위대한 자식 자오 동지 영면하시오", "당신의 결정을 지지하는 것은 우리들의 변함없는 선택" …. 내용들을 보면 중국 공안이 찢지 않고 남겨 놓은 게 신기할 지경이다.

골목길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보면 넥타이를 맨 사람은 거의 없고, 점퍼나 인민복 차림이 대부분이다. 이웃들은 "마음 좋은 노인이 사는 摸?알았지 총서기 인줄 몰랐다"고 놀라워 했다.

중국 당국은 아직도 자오 전 총서기의 장례식이 어떻게 치러질지 밝히지 않고 있다. 외신기자들에게도 "당원 예우와 국법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질 것"이라고 설명한 게 전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듯한 중국 당국의 모습에서 역사의 엄중한 무게를 느낀다. 16년간 자오 전 총서기를 연금하고 모든 공식매체에서 그의 흔적을 지워버렸지만, 그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또 다시 고민에 빠진 듯하다.

조문객들은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오가고 있다. 하지만 벽에 붙은 글귀들은 군중의 커다란 아우성처럼 느껴졌다. 자오 전 총서기의 빈소에서, 톈안먼(天安門)사건은 반드시 재평가될 것이라는 그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았다.

송대수 베이징 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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