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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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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의 정치

입력
2005.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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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을 만나면 항상 한국의 정치나 정치가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한 달에 한 번 한국과 정치에 관한 소식을 전하는 네덜란드 라디오방송의 특파원이기도 해서 스스로도 매우 관심이 있다. 대부분의 외국인은 한국 정치를 이해하기 힘들어 한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맘이 바뀌면 다른 정당에 참여하는데 다른 나라에선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일이다. 학생들도 대부분 정치인들을 믿지 못한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첫째, 어떻게 소수의 당이 국회에 나타나지 않음으로 법을 가로막는데 성공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둘째, 작은 집단의 사람들이 법원에 가서 수도 천도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평결을 얻어내고 또 대통령이 그걸 받아들이는 것도 그렇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새 수도를 서울이라고 하고 원래의 서울에는 다른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서울을 작게 만들려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좁은 서울에서 사는데 비해 한국의 다른 지역은 비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넓은 곳에 수도를 옮기는 것은 찬성이다.

네덜란드에선 상·하원(the house of lords와 the house of commons) 두 개의 의회가 있다. 상원은 하원에서 뽑힌 현명한 의원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원에서 법률을 만들지만 이들 법은 상원에서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따져 통과돼야만 비로소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만약에 상원에서 해당 법안을 심의할 때 한국처럼 소수정당이 불만을 갖고 참여하지 않는다면 법안은 통과, 인정된다. 실제로 그런 일은 거의 없지만 하원에서 만든 법을 상원이 철회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상원이 법안을 더욱 다듬어서 통과를 시키도록 한다.

의회에서의 난폭한 행동은 대부분 국가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게 일상의 관습으로 보인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목소리가 가장 큰 사람이 게임에서 이기는 것 같다. 사람들은 그들의 의견을 알리기 위해 대집회를 개최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법안이 통과되면 좋든 싫든 그 것에 따라야 한다.

어떤 결정에는 항상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나라에서나 그건 마찬가지다. 그러나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가지 방법 뿐이다. 다음 번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어 그 때 법을 취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결정된 대로 해야 한다. 의회는 사람들이 싸우지 않고 결정된 결론을 받아들이는 위엄 있는 조직이어야 한다. 물론 계획과 법안은 제안되기 전에 철저하게 연구되어야 한다.

한국에서 아쉬운 점은 정당들의 목적을 확실히 알리고, 그 목적을 이해하는 이들이 해당 정당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정치이며 소수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헨니 사브나이에 네덜란드인 단국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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