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로 다가온 이라크 총선이 중동 전체의 종교 지형을 뒤흔들 조짐이다. 이라크에서 시아파가 공식적인 주류로 등장하고, 수니파가 권력에서 배제될 경우 이는 500년 만에 이뤄지는 역사의 반전이다. 시아파가 인구의 다수를 점하면서도 수니파가 권력을 독점해온 다른 중동국가에서도 파장이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국가는 이라크의 시아파 집권이 1979년 이란혁명에 이은 제2 회교혁명의 불씨가 될까 긴장하고 있다.
전세계 이슬람교도 13억명 대부분은 수니파이며, 시아파는 10%인 1억3,000만명의 소수에 불과하다. 마호메트 사후 정통 후계자에 대한 이견으로 갈라져 나온 시아파는 페르시아만 지역에 집중거주하고 있다.
특히 이란과 이라크 바레인 아제르바이잔 등 국가에서는 인구의 과반수를 점한다. 사우디 파키뵀?아프가니스탄에도 상당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지만, 정치적 발언력이 없는 피억압 계층을 형성해왔다.
시아파 억압의 역사는 13세기 동안에 이른다. 바그다드에 왕도를 두었던 압바스 왕조(750~1258년)는 수니파의 우위를 확립하고 시아파를 가혹하게 탄압했다. 이 왕조의 멸망 후 시아파인 페르시아 사하비 왕조가 바그다드를 장악했지만 1533년 오스만 투르크제국에 정복을 당한 뒤 수니파의 권력은 흔들린 적이 없다. 걸프전 직후인 1991년에만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의 탄압으로 시아파 3만여명이 학살됐다. 그러나 전쟁이 가져온 권력공백과 총선은 시아파에게 부활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인구 2,580만명의 이라크에서 시아파는 65%, 수니파는 20% 가량을 차지한다. 시아파는 20여 군소 정치·종교집단을 결집한 통일이라크연맹(UIA)을 이미 결성해 놓고 집권채비를 하고 있다.
시아파가 집권할 경우 이는 아랍권에서는 최초의 시아파 국가 탄생이다. 주변국의 우려도 당연하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이란에서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초승달’ 지역의 부상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사우디 시리아 등 아랍의 수니파들은 시아파 확산을 막기 위해 이란-이라크의 8년 전쟁에서 이라크를 지원한 경험이 있다. 심지어 1991년 걸프전 당시 후세인 이후 권력공백을 시아파가 차지할 것으로 우려한 사우디 이집트 등은 후세인 제거에 반대했다. 이들 국가 입장에서 후세인이 평화에 기여했다는 게 중동 정치역학의 아이러니이다.
미국은 정책적 딜레마를 맞고 있다. 이라크 저항세력의 주류인 수니파는 총선을 보이콧했다. 그렇다고 시아파와 손잡을 경우 사우디 쿠웨이트 등 동맹국의 안보가 흔들린다는 난점이 있다. 총선을 강행한 미국의 선택은 시아파와 수니파간 줄타기를 통한 이라크 안정 전략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알카에다와 탈레반, 그리고 테러리스트 알 자르카위의 조직들이 모두 수니파 원리주의 세력이라는 점은 앞으로 미국이 봉착할 어려움을 분명하게 예고하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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