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교사의 답안지 대리작성 사건이 드러난 서울 사립 B고에서 오모(41) 교사가 검사 아들 C군을 위장 편입시켜 내신성적을 관리하려 한 사실을 이 학교 교장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B고의 한 교사는 23일 "지난해 1학기 개학 전 오 교사가 ‘평소에 도움을 많이 줬던 검사의 아들을 주소를 옮겨 편입시킬 예정이니 제가 1학년 담임을 맡아 관리하겠다’고 윤모 교장에게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 교사는 "교장은 그동안 계속 3학년 담임을 맡았던 오 교사가 C군 문제로 1학년 담임을 맡으려 하자 ‘신세를 진 만큼 그렇게 하라’고 허락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을 오 교사가 자신에게 직접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 교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따라 C군의 위장전입과 답안지 대리작성 등에 대해 교장 등 B고 고위인사들이 사전에 인지하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학교측이 지난해 12월22일 오 교사의 답안지 대리작성 사실을 알고도 1월17일까지 시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B고의 한 교사는 또 "오 교사가 2004년 인천 건물 소송 문제에 대해 법률적 조언을 해줬던 검사와 2001년 교장이 보충수업료 횡령 의혹으로 고발 당했을 때 해당 지청에 영향력을 행사해 불기소처분을 받도록 도와 줬던 검사가 고향 선배로서 동일인물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오 교사가 "인천 건물 소송 등에 대해 부장검사인 C군의 아버지에게 10여차례 자문 받았다"고 밝힌 점에 비춰 C군의 아버지와 오 교사는 적어도 2001년부터 밀접한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팀은 오 교사가 C군의 성적을 올려 주기 위해 서울 강동구 길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동료 교사들과 함께 비밀과외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22일 B고 수학교사 K씨를 불러 조사했다. 또 다른 주요 과목의 교사들이 C군에게 불법과외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에 들어갔다. B고의 여러 교사들이 C군과 함께 승용차편으로 오피스텔로 갔고, 시험 전에는 다른 교사들이 출제한 시험 문제를 엿보거나 물어 C군에게 가르쳐 줬다는 동료 교사들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감사팀은 또 오 교사 외에 다른 동료 교사들이 C군의 OMR카드 재작성 등 답안지 대리 작성에 공모 혹은 가담했다는 정황을 포착,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감사팀은 이와 함께 2003년 2학기 기말고사 때도 다른 교사가 한 학생의 답안지가 반 정도 비어 있자 나머지 빈칸에 정답을 채워 줄 것을 기간제 교사에게 요구했으며, 이를 거부한 기간제 교사는 다음 해 재임용에서 탈락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한편 오 교사는 C군에 대한 비밀과외 등에 대해 부인하면서 "C군 외에 위장전입 학생이 더 있다"며 "답안지 대필은 나만 한 것이 아니며, 공부를 잘 못하는데 높은 점수가 나오는 학생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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