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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 발목 잡는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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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 발목 잡는 양극화

입력
2005.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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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이라는 화두가 제기됐다. 그 배경에는 한국 경제의 양극화 현상이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수출과 내수 등 경제 양극화는 자산, 소득, 소비의 양극화를 거쳐 전체 사회적 양극화로 확대되고 있다. 막말로 되는 것만 되고, 나머지는 ‘따라지’다.

그러나, 양극화는 경기 침체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의 일반적 견해인 것으로 보인다. 양극화는 개방과 기술 혁신, 산업 구조 전환의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양극화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사회안전망에 좀 더 투자하고 저소득층의 교육 기회를 확대하면 그만이다는 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좀 더 복잡해 보인다. 양극화는 분명 개방과 기술 혁신의 결과이지만 성장의 걸림돌이 되어 경기 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출·제조 대기업들은 국내 중소기업으로부터 부품을 사들이려 하지 않고 있고, 고용을 늘려 소득을 창출하는 기제도 약화되고 있다.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의 성장만으로는 3%대 성장을 넘기기 힘들 것 같고 고용이 더 창출될 것 같지 않다.

양극화가 성장의 걸림돌이라면 이를 완화함으로써 성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국가 전략 및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3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10% 정도이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이 비중은 30~40%나 된다.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려면 이 핵심 부문이 확대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 핵심 부문의 확대가 아니라 비핵심 부문이 핵심 부문으로 성장·전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개방 체제 하에서는 대기업을 키워 여타 부문으로 확산시키는 적하(滴下)효과(trickle-down effects)가 복원되기 쉽지 않고, 기존 핵심 부문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핵심 부문을 확대할 것 같지도 않다. 기존 핵심 부문은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세계 시장을 놓고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기업에 자원을 집중시키는 기존 한국 경제 발전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부당 하도급과 같은 핵심 부문과 비핵심 부문 간의 불공정 게임을 시정하고, 비핵심 부문으로 좋은 인력과 연구개발(R&D)이 투입될 수 있는 인센티브 구조를 형성하는 데 국가의 역량이 집중되는 새로운 국가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영세 중소기업 및 자영업 부문의 경우 과잉 고용의 저생산성 경제를 형성하고 있다. 이 부문이 내수 침체를 계기로 구조조정되고 있다. 외환 위기 이후 대기업 및 금융업을 중심으로 1차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면 이는 2차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이 부문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이 부문에 대한 국가전략적 대응이 없다면 우리 경제는 양극화된 구조 하에서 저성장·저고용 경제로 전락할 수도 있다.

사업 서비스나 사회 서비스와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 수요의 창출 전략, 과잉고용 조정을 위한 워크아웃 제도의 도입, 자영업 및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안전망 구축 등 국가 주도의 체계적이고 질서 있는 구조조정 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복지국가(welfare state)를 해 본 적이 없는 ‘노페어 국가(nofare state)’이다. 복지국가로 진입해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해외에서 수입된 복지국가 비판론을 가지고 복지제도의 비효율성에 대해 온갖 비판을 퍼부어 댄다. 그 결과 우리는 분배를 통한 성장이라는 경로를 사전에 스스로 배제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자본 과잉의 성숙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시점에서 복지가 총수요 창출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양극화는 새로운 성장 경로를 모색하라는 중요한 신호이다. 양극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성장의 원천과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병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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