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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323> 레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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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323> 레싱

입력
2005.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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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9년 1월22일 독일 극작가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이 작센의 카멘츠에서 태어났다. 1781년 졸(卒). 레싱은 독일 후기 계몽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독일 최초의 시민비극으로 꼽히는 ‘사라 샘슨 양’(1755)으로 필봉을 치켜든 그는 당대 관객들과 밀접하게 교호하며 희극 ‘민나 폰 바른헬름’(1767), 시민비극 ‘에밀리아 갈로티’(1772) ‘현자 나탄’(1779) 등의 걸작을 남겨 독일 근대 희곡의 아버지가 되었다.

레싱 이전까지 비극의 주인공은 왕이나 귀족 같은 지배계급 사람들로 설정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그러나 레싱은 동정이나 공포의 유발 같은 비극의 고전적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관객의 ‘동일시’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따라서 비극의 주인공은 당대 독일의 주된 관객층인 시민계급과 동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연극평론집 ‘함부르크 연극론’(1767~69)에서 개진된 이런 견해는 재산과 교양을 바탕으로 독일 사회의 신흥세력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민계급의 자의식을 반영했다고 할 만하다. 그렇다고 시민비극이 반드시 당대 독일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권력자의 욕정에 희생되기 직전 아버지에게 살해되는 평민 처녀 이야기를 그린 ‘에밀리아 갈로티’는 그 배경이 문예부흥기 이탈리아로 설정돼 있지만, 이 작품이 환기시키는 것은 당대 독일의 부도덕한 지배계급과 도덕적인 피지배계급이다.

레싱의 ‘함부르크 연극론’은 또 그 때까지 독일 극작가들이 추종하고 모방하던 프랑스 고전주의 작가들의 시간·공간·행동 삼일치법칙을 평가절하하고 셰익스피어를 새로운 전범으로 제시함으로써 뒷날의 괴테·실러 등 ‘질풍과 노도’ 작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회화와 시의 경계에 대하여’라는 부제를 단 예술론 ‘라오콘’(1766)은 레싱이 연극만이 아니라 예술 일반의 이론가였음을 보여준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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