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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훈련병 인분 먹인 장교 어떻게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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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훈련병 인분 먹인 장교 어떻게 나왔나

입력
2005.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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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훈련소 중대장이 훈련병들에게 화장실 변기의 인분을 찍어 먹도록 강요한 사건은 충격과 개탄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한다. 자식을 군에 보냈거나 보내야 하는 부모들이 놀라고 애태울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많은 이들이 악몽처럼 기억하는 수십 년 전 훈련소에서도 용인되지 않을 악질적 가혹행위를 사병도 아닌 지휘관급 장교가 저질렀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다. 군도 놀라 국민에게 서둘러 사죄했지만, 사건의 근본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 사건이 큰 파문을 일으킨 것은 구타와 얼차려 등 어떤 가혹행위보다 비인간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문명수준에서 변기 청소가 불량하다고 인분을 먹이는 것은 인격을 부정하고 말살하는 고문과 다름없다. 군기를 세우는 것과 거리 먼 가학적 인권 유린인 것이다. 극기심을 기르는 특수훈련도 아닌 바에야, 그 맹목성과 무모함은 더 이를 나위가 없다.

당장 국민이 갖는 관심은 그토록 개선됐다던 군의 가혹행위 악습이 이런 식으로 남아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다. 군의 상식으로도 놀랐다지만, 신병훈련소 지휘감독 체계의 핵심인 중대장이 중대원 전원을 고의적으로 학대한 것이 관행을 완전히 벗어난 돌출 행동이었다고 믿기 어려운 것이다. 군 전체에 대한 철저한 실태 조사와 결과 공개가 필요한 이유다.

이번 사건은 특히 지휘관 양성과 운용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본다. 원래 장교 훈련과정에서는 이번 사건과 비슷한 형태 등의 혹독한 체험을 하게 한다. 사병들이 받는 훈련과 얼차려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직접 경험, 지휘관으로서 절제와 책임감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훈련된 자질은 상대적으로 무력한 훈련병들을 지휘 감독하는 데 특히 긴요하다. 이런 점에서 소홀했던 것을 반성하고 바로잡는 것이 일벌백계보다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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