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유대인 소년 페트르 긴츠가 남긴 그림 ‘달 풍경’을 담은 우표가 20일 체코 프라하에서 발행됐다.
2차 대전 개전 무렵 프라하에 살던 페트르는 평소 과학이나 우주에 대한 공상을 글쓰기나 그림을 통해 표현하곤 했다. 나치 침공으로 유대인 거주 구역에 강제 수용됐던 1942년 당시 14살이었던 긴츠는 좁은 방에서 광활한 우주를 꿈꾸며 달 표면과 달에서 본 지구의 모습을 연필로 그렸다. 2년 후 그는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에서 세상을 떠났다.
소년의 꿈은 60여 년이 지나 그림을 통해 잠깐이나마 실현됐다. 이스라엘 최초의 우주비행사 일란 라몬 대령이 2003년 미국의 콜럼비아 우주왕복선에 ‘달 풍경’그림을 을 갖고 탑승했던 것. 어머니가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한 라몬 대령은 첫 우주여행을 함께 할 의미있는 소지품을 물색한 끝에 페트르의 그림을 선택했다. 그러나 우주선은 지구로 귀환하는 도중 폭발했고 라몬 대령은 숨졌다. 그렇게 해서 이 그림에 또 하나의 가슴 아픈 사연이 더 얹혀졌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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