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노조 간부의 인사 청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이 기아차 광주공장 비정규직 직원 채용과정에서 노조가 거액을 받은 사실을 밝혀냄에 따라 구직자들이 회사 임직원이나 채용 담당자가 아닌 노조 간부에게 인사 청탁을 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회사 임원진에게 인사 청탁을 하는 것보다는 노조의 추천을 받는 것이 휠씬 더 확실한 채용 보증 수표라는 게 정설이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언제든지 생산 라인을 중단시킬 수 있는 파업권을 갖고 있는 노조가 인사 추천을 할 경우 공장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회사로선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다른 관계자도 "생산 현장에선 노조와의 협력 관계가 필수"라며 "노조의 인사 추천을 무시할 경우 노조에선 ‘두고 보자’, ‘우리랑 한번 해 보겠다는 거냐’라며 오해할 수 있어 회사로선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18일 현대차 울산 5공장에서는 비정규직 20여명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근무지를 이탈하는 바람에 자동차 생산 라인이 멈춰선 일도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노조 간부가 금품을 받고 인사 청탁을 하는 것이라도 회사로선 돈을 받고 추천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만큼 노조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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