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의사진행 발언’ ‘수정안, 긴급안건 제출’ ‘규정시간을 넘기는 막가파식 발언’ ‘정족수 계산요구’ ‘조직적인 집단퇴장’…
20일 오후 4시30분께 충북 보은군 속리산 유스타운에서 열린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 최초의 인터넷 생중계와 언론공개로 주목을 받았던 이날 대의원대회는 ‘난장판 국회’에서나 볼 수 있던 ‘필리버스터’(Filibuster·의사진행 방해)의 모든 것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이날 파행은 ‘사회적 대화참여’를 관철하려는 민주노총 지도부와 전교조 등 찬성파와 금속연맹과 공공연맹이 주축인 반대파간에 빚어진 예정된 수순이었다.
◆ 오후 4시30분 = "원활한 회의진행"을 당부하는 이수호 위원장의 서두발언으로 본회의가 시작됐지만 초반부터 파행조짐을 보였다. 사회적 교섭에 대한 저지를 공언했던 반대파는 이미 14일 중앙위원회에서 본회의 안건상정이 부결됐던 IT연맹 가맹승인 취소건과 서울대병원노조위원장 징계철회건을 잇따라 긴급안건으로 상정하면서 지루한 공방과 표결이 이어져 저녁식사 시간까지 연결됐다. 본안 심의도 못한 채 3시간30분이 흘렀다.
오후 8시 속개 후 첫번째 안건인 사업평가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대의원은 4번째 심의안건인 사회적 교섭건이 민주노총 기존방침에 어긋난다며 철회를 요구하는 시비가 붙었다. 안건심의에서 반대토론으로 논의하면 된다는 위원장의 발언으로 무마된 뒤에야 겨우 첫번째 안건심의가 이루어졌다. 2004년 사업평가와 전국해직자복직투쟁위원회의 교부금 문제 등으로 치열한 공방과 논쟁이 벌어진 뒤 표결을 통해 첫번째 안건이 처리된 시간은 오후 11시.
◆ 다음날 새벽 3시30분 = 2번째 안건인 사업계획과 3번째 안건인 2월 총력투쟁 계획건 처리마저도 거듭되는 의사진행 발언과 규정시간을 넘는 발언, 수정제안 등이 이루어지면서 안건처리마다 2, 3시간씩 공방이 빚어졌다. 이 와중에 대회장 주변에는 노사정 대화 참여를 ‘투항’으로 보는 반대파들이 의결저지를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표결방해 등 행동지침이 나돌기도 했다.
◆ 새벽 5시30분 = 최대 쟁점인 사회적 교섭건에 대한 상정 직전 반대파의 본격적인 의사진행 방해가 이어졌다. 일부 대의원은 "장시간 회의에 지쳤으니 맑은 정신으로 하자"며 정회를 요구하는 등 유사한 의사진행 발언이 잇따랐다. 회의 초반 783명의 재적대의원 중 500여명이었던 대의원은 숫자확인 결과 정족수(393명)에 13명 부족한 380명만 남았다. 회의장 바깥에 대의원들이 서성이고 있었던 만큼 표결저지를 위한 조직적인 집단퇴장이었다. 이에 찬성파 쪽 대의원은 "이게 책임 있는 자세냐"고 따졌고 민주노총 집행부는 이탈 대의원을 확인하기 위해 대의원 명찰을 수거하자 반대파로 보이는 일부 대의원은 보란 듯이 명찰을 불에 태우기도 했다.
결국 이 위원장은 "남은 안건 처리를 위해 조만간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겠다"며 유예를 선언, 13시간의 마라톤회의는 맥없이 끝이 났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 노사정 복귀 결국 무산
민주노총의 노사정 대화 복귀시도가 무산됐다.
민주노총은 20일 충북 보은 속리산 유스타운에서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노사정 대화복귀 문제를 논의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안건 통과에 실패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지도부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으며 노사정위원회 개편 및 정상화도 불투명하게 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전체 대의원 785명 중 노사정 대화 복귀를 위한 ‘사회적 교섭’안건에 대해 논의하려 했으나 의결정족수인 재적 과반수(393명)보다 적은 380명이 참석해 표결 자체가 무산됐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1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노사정 대화복귀를 시도할 계획이나 유예에 따른 안건의 자동폐기로 절차상 문제가 따르고 반대파들의 적극적인 저지움직임이 예상돼 내부 마찰이 예상된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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