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고속철 터널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87일째 단식 투쟁 중인 지율(사진) 스님이 21일 저녁 건강이 극도로 악화한 상태에서 갑자기 잠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율 스님이 정부측으로부터 자신이 요구한 단식 해제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은 뒤 청와대 부근 농성장을 떠나 행방이 묘연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율 스님이 청와대 앞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어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율 스님이 단식 해제 조건으로 환경영향 공동조사 등 2가지 조건을 제시했지만 정부로선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지율 스님과 만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도 "청와대가 개입해 공사를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정부측에 단식 해제 조건으로 토목공사는 진행하되 발파공사를 3개월 보류할 것과 터널공사가 천성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3개월간 공동 조사할 것 등 2가지를 제시하며 21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까지 정부는 요구조건 수용을 통한 단식 중단보다는 입원 등의 조치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입원시켜도 지율 스님이 거부하는 한 억지로 링거를 맞게 할 수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지율 스님은 지난해 10월27일 환경부가 환경영향 공동 전문가 조사를 약속했다 번복한 데 격분해 4번째 단식에 들어갔으며, 최근에는 청와대 부근에 아예 방을 구해놓고 물과 차만 마시는 방법으로 단식을 계속해 건강이 극도로 악화한 상태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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