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기술발전이 두렵기 때문일까, 세계는 언제쯤 전쟁과 재난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날까 하는 걱정 때문일까. 새해 들어 미래서가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지난해 공병호씨의 ‘10년 후, 한국’이 베스트셀러가 된 뒤 ‘10년 후’를 제목으로 단 저서나 역서가 적잖이 쏟아져 나왔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사회변화상을 내다보는데 그치지 않고, 국제정치·경제 등을 거시적으로 전망한 책들이 여럿 나왔다.
헬무트 슈미트 독일 전 총리가 쓴 ‘미래의 권력-내일의 승자와 패자들’(갑인공방 발행)은 9·11 이후 세계가 맞닥뜨린 상황과 향후 여러지역과 국가간의 역학관계를 다룬 책이다. 세계가 갈수록 암울한 상황에 처하고 있는 이유를 그는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과 방관적 자세를 취해온 유럽연합의 과실로 보았다. 미국의 영향력이 지금처럼 지배적일 것이라고 보는 그는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지금과는 다른 태도로 세계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본다. 미국인의 장점 가운데 하나인 남에 대한 아량과 이해심, 실용주의의 미덕을 십분 발휘해 유럽의 동조를 이끌어내고 이슬람 세계와 우호관계를 유지한다면, 그 지배력은 훨씬 더 오래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의 종말’로 유명한 미국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민음사 발행)은 미국이 진정한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메리칸 드림’을 버리고 ‘유러피언 드림’을 배우라고 주문한다. 미국인들은 배타성 때문에 더 이상 세계화시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단언하는 그는 사회적 집단책임과 세계화 의식, 노동을 위한 삶이 아닌 삶을 위한 노동, 친환경적인 자연관, 국경을 넘어선 유럽연합의 집단주권 등 유럽식으로 사고와 태도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미래학자 피터 슈워츠는 ‘이미 시작된 20년 후’(필맥 발행)에서 질서를 존중하는 여러나라들이 ‘불량배 슈퍼파워’ 미국의 횡포를 견제할 것이라며, 테러 종교분쟁 정치부패 인종갈등 역병 등을 앞으로 인류를 위협할 무질서의 주요 목록에 올렸다. 세계경제는 생산성 증대와 해외시장의 확대, 인프라 혁신 등으로 서서히 호황을 되찾을 것이라고 한다. 슈워츠는 특히 눈앞에 다가온 고령화 사회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한다. 건강하고 부유한 70, 80대는 40대와 구분하기 어렵게 될 것이고, 이혼과 재혼이 반복되면서 가족형태가 지금보다 훨씬 복잡해진다. ‘한 가족 한 자녀 갖기’ 정책으로 성비의 균형이 깨진 중국의 젊은 남자들은 신부감과 일자리를 찾아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더 이상 순수한 영어를 쓰지 않는 미국인들이 늘고, 이슬람 인구가 증가하면서 유럽에는 사회적 긴장이 커진다.
‘10년 후, 한국’ 후속편으로 공병호씨가 쓴 ‘10년 후, 세계’(해냄 발행)도 눈여겨볼만하다. 저자는 세계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거기서 살아 남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쉽게 설명했다. 책에 따르면 세계경제는 단일시장으로 통합되고 있으며, 중국의 급성장은 계속될 것이다. 유통이 세계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기술의 발달으로 이동이 빨라지면서 바야흐로 세계는 신유목사회에 접어든다. 지구촌이 늙어간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저자는 우리가 어느 시기보다 "역동적이며 창조적인 시대를 살고 있다"며 시대의 흐름을 읽고, 변화에 기꺼이 동참하는 길만이 생존의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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