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설 대목을 준비하고 있는 극장가의 초입에 7편의 영화가 한꺼번에 개봉한다. 전통적으로 한국영화가 강세인 설 연휴. ‘말아톤’ ‘공공의 적 2’ ‘그때 그 사람들’ 같은 강자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번 주의 일곱 편은 그 개봉을 피해 한 주라도 빨리 관객과 만나려는 작품들이며, 조금 미안한 얘기지만 고만고만한 영화들의 마이너리그 같은 느낌을 준다.
먼저 스펙터클을 내세운 영화 3 편이 있다. ‘엘렉트라’는 ‘데어데블’의 조연이었던 엘렉트라 캐릭터를 주연으로 삼아 만든 ‘특수효과 범벅’ 액션영화. 사실 엘렉트라는 데어데블을 살리려다 죽은 캐릭터였지만 이 영화에서 부활해 ‘핸드’ 집단에 맞서 싸운다. 엘렉트라에 대항하는 수많은 악당 캐릭터들의 개인기가 볼만하다.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 만화들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어느 정도는 만족할 만한 영화지만, 이야기의 신선함 같은 건 바라지 않는 게 좋겠다.
타커레이의 유명한 소설을 각색한 ‘베니티 페어’는 19세기 상류사회의 화려함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리즈 위더스푼의 연기가 볼만하지만, 조금은 산만한 각색 때문인지 드라마의 탄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명절은 청룽과 함께’라는 모토에 걸맞게 올해도 역시 청룽은 찾아왔다. ‘뉴 폴리스 스토리’. 장만위나 림칭샤 같은 대배우들이 신인 시절 뽀송뽀송한 모습으로 출연했던 ‘폴리스 스토리’ 연작은 ‘최가박당’이나 ‘복성’ 시리즈만큼이나 이름 있는 홍콩영화의 브랜드. 코믹액션 일변도였던 과거에 비해, 어느덧 50줄에 접어든 청룽이 드라마에 감정의 깊이를 더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익숙한 맛에 청룽의 영화를 찾는 관객이 원하는 건 무엇일까? 이 부분이 관건이다.
‘월드 오브 투모로우’에 이어 주드 로도 ‘나를 책임져, 알피’로 다시 한국 관객을 찾았다. 과거 마이클 케인이 주연했던 ‘알피’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질펀한 여성관계를 즐기다가 과거를 뉘우치고 참회하는 어느 ‘선수’의 이야기. 과거의 알피 캐릭터에 비해 프로페셔널 정신은 조금 떨어지지만 그런 만큼 인간적이다. 주드 로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영화이다.
‘큐브 제로’는 ‘큐브’ 1편과 2편에서 정육면체의 방에서 벌어졌던 그 몸서리치는 악몽의 원인을 알고 싶었던 관객들에겐 작은 단서가 될 수 있는 영화다. 카메라는 밀실 밖의 공간에도 시선을 돌린다. 알고 보니 큐브 시스템을 조종하는 그 누군가가 있었던 것. 모든 의혹을 화끈하게 밝히진 않지만, 전작들의 폐소공포증적 상황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
‘마더 데레사’엔 어느새 50대 중반이 된 올리비아 핫세가 ‘가난한 자의 친구’ 데레사 수녀로 등장하고, ‘리컨스트럭션’은 제목처럼 ‘재구성’되는 단 하루 동안의 로맨스가 퍼즐처럼 엮어진다. 월간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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