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역대 재선 대통령 가운데 첫 임기를 무난히 수행한 뒤 두 번째 임기에서 큰 시련을 겪은 경우가 많다. 이른바 ‘재선 징크스’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2기 정부 때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으로 탄핵 위기를 맞았다. 1990년대 미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찬사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은 당시 의회를 장악하고 있던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수모를 당해야 했다.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 역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재임 때 터져나온 사건이다. 닉슨 정권은 처음엔 이 사건을 단순한 도청사건으로 어물쩍 넘기려 했다. 그러나 후에 정권의 부정과 수뢰 혐의가 탄로나 결국 닉슨은 74년 대통령직을 사임해야 했다. 미국 최초의 4선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어서 경제 침체와 대법원 판사 교체 및 임명 문제로 지지도가 하락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이란·콘트라 스캔들이 터져 비난 여론에 시달렸으며, 우드로 윌슨(18대)은 2기 임기중 1차 세계대전을 겪었다.
부시 대통령도 재선 대통령의 대열에 합류했다. 게다가 그는 ‘0년 해의 저주’에 해당되는 대통령이기도 하다. ‘0년 해의 저주’란 1840년 이후 ‘0’으로 끝나는 해에 당선된 대통령은 임기를 못 채우고 암살되거나, 자연사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까지 0년의 해에 당선된 대통령 9명 중 부시와 레이건 전 대통령을 제외한 7명이 모두 임기 중에 사망했다. 80년 당선된 레이건도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그 역시 81년 저격사건으로 저승문턱까지 갔던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호사가들은 말이 많다. 하지만 부시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부시의 공화당은 상·하원 모두 의회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0년 해의 저주’도 제 수명을 다한 레이건의 경우에서 보듯 효력을 다했다는 주장이다.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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