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성에 가면 | 공룡 서식터 "상족암"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의 상족암은 생김새부터 묘하다. 수억년에 걸쳐 형성됐다는 층암단애는 누군가가 얇은 돌판을 켜켜이 쌓아 올린 형상이다. 이번에는 파도가 해식작용을 일으키면서 바위 곳곳을 덩어리째 무너뜨려 동굴을 만들었다. 그렇게 형성된 모습이 밥상(床) 다리(足)와 흡사하다고 해서 상족암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바위앞에 펼쳐지는 바다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이다. 아름다운 섬으로 이름난 사량도가 지척이다.
물론 상족암에서만 볼 수 있는 풍광은 아니다. 전북 변산반도의 채석강과 제주의 용머리해안에서도 비슷하게 형성된 바위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상족암이 모두가 아니다. 마음의 눈을 뜨고 상상의 나래를 펴면 ‘공룡이 헤엄치고 익룡이 날아다니는’ 쥐라기공원으로 변신한다.
상족암에서 공룡의 흔적을 찾아낸 것은 1982년. 외국에서나 찾아볼 수 있던 공룡발자국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되면서 지대한 관심을 일으켰던 곳이다. 이후 회화면, 동해면 남쪽 해안, 영형면 계승사경내, 개천면 옥천사 부근 등 고성지역에서만 지금까지 5,000여개의 발자국이 발견됐다. 가히 공룡의 세상이다.
상족암일대는 이중 가장 많은 공룡발자국을 만날 수 있다. 상족암에서 6km거리인 실바위까지 해안선을 따라 발자국이 지천에 깔렸다. 개수만 2,000여개. 세계 최대 규모이다. 탐방로를 따라 발자국을 찾아 당시의 모습을 떠올린다.
길이 1m가 넘는 발자국은 초식동물인 브론토사우루스나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남긴 것이다. 몸길이가 30m를 넘고 무게만 30톤이 웃도는 초대형 공룡이지만 이들이 무서워한 존재는 공룡의 왕으로 이름난 티라노사우루스. 발자국의 크기가 지름 20~30cm에 불과하지만 육식성인데다 성격이 워낙 포악해 움직임이 둔한 초식공룡을 늘 긴장하게 만들었다.
동굴 속 세계도 볼만하다. 좁고 긴 굴속이 휑하니 비어 있어 사람들의 출입이 자유롭다. 이 곳에도 일정한 크기의 발자국들이 이어진다. 공룡들은 이 곳을 집단서식지로 삼았나 보다. 수겁의 세월을 지난 뒤 이 곳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의 차지가 됐다. 석직기(石織機)를 차려놓고 옥황상제에게 바칠 옷을 짜면서 목욕도 즐겼다고 한다. 동굴 속에는 돌 베틀모양의 물형과 욕탕을 닮은 웅덩이가 남아있다.
탐방로가 끝나는 곳에 고성공룡박물관이 들어섰다. 지난 해 11월에 완공됐다. 발자국을 토대로 당시의 공룡세상을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우선 입구에 세워진 모형 브라키오사우루스는 길이 34m, 폭 8.7m, 높이 24m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야외전시장에는 육식공룡이 무리를 지어 초식공룡을 집단 사냥하는 모습을 재현했다.
연면적 3,400m2 규모의 박물관 실내는 5개의 전시실이 마련돼있다. 제1전시실에는 공룡의 계통도와 활동시대, 공룡의 크기와 골격을 만들어놓았다. 제2전시실은 공룡의 발자국모습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초식공룡의 발자국은 타원형 혹은 사다리꼴이며, 육식공룡은 앞 부분이 뾰족하다는 사실도 이 곳에서 알 수 있다. 제3, 4, 5전시실에서는 움직이는 로봇공룡과 공룡알 등을 만난다.
공룡뼈맞추기, 겉과 속 비교하기 등 어린이를 위한 체험공간도 있다. 관람후 전망대에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절경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입장료 일반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
상족암 감상을 하는 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발자국화석을 하루종일 감상할 수 없다는 것. 밀물때는 대부분의 발자국이 바다에 잠겨버린다. 물이 빠지는 시간을 미리 알아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고성공룡박물관 (055)670-2825.
고성=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 고성에 가면 | 역사의 현장 - "당항포" 이순신 대첩지… 내년 공룡세계엑스포 열려
상족암이 까마득한 선사시대의 유적지라면 회화면 당항리 당항포는 역사의 현장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 그리고 2년 뒤인 1594년 이순신 장군이 왜선 57척을 침몰시킨 대첩지이다. 주민들의 긍지가 대단한 것은 당연한 이치. 주민들의 자긍심을 가질 일이 또 생겼다. 이 곳에 2006년 4월14일부터 6월4일까지 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가 열리기 때문이다. 교감의 마당, 체험의 마당, 발견의 마당, 상상의 마당 등 4가지 테마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와 전시행사가 마련된다. 인구 6만 명도 되지 않는 조그만 도시가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날이 멀지 않았다.
하지만 당항포는 이미 적지 않은 볼거리를 가진 관광지이다. 자연사박물관, 수석관, 당항포해전 테마공원 등이 들어서 있다. 자연사박물관은 725m2규모의 恥?2층 건물에 동·식물, 광물 및 바닷속 생태계를 테마별로 다채롭게 꾸며놓았다. 전시종목만 1,700여 점에 달한다. 지상 2층에 668m2규모의 수석관은 고성만에서만 발견되는 토중석을 비롯, 전국에서 수집한 진귀한 모양의 수석 20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29일 문을 여는 당항포해전 테마공원은 임진왜란 호국성역지인 당항포를 새로운 역사유적지로 탄생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항포해전일지와 이순신 장군의 주요 해전사와 영웅담을 그린 모형도가 눈길을 끈다. 당시 사용된 거북선에 가깝게 제작된 거북선 체험관에서는 함포쏘기, 노젓기, 키 조정 등에 직접 참가할 수 있다. 당항포해전을 승리로 이끄는 데 눈에 보이지 않는 공을 세운 기생 남월이의 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10분짜리 영상물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공부할 수 있다.
당항포는 상족암만큼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공룡발자국화석을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관람도중 바닷길을 따라 산책을 하면서 발자국을 찾아낸다면 당항포여행의 재미를 더할 수 있다. 입장료 일반 4,000원, 청소년 2,400원, 어린이 1,000원. 고성군관광지관리사업소 (055)670-2800.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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