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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취임, 2기 정부 출범/ "역사의 무게 느껴" 다른 색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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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취임, 2기 정부 출범/ "역사의 무게 느껴" 다른 색깔 예고

입력
2005.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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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과 과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기 정부 출범의 돛을 올렸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호의 항해를 시작하면서 전세계 ‘자유의 행진’을 선도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는 미리 배포된 취임 연설문에서 "우리는 저 별들 너머로부터 자유를 위해 일어서라는 소명을 받고 있으며 그에 충실할 것"이라며 ‘미국적 이상주의’의 실현을 선언했다. 18일 전세계 민주주의 확장을 미국의 대외정책 지표로 제시했던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의 인준 청문회 증언은 부시의 이상을 충실히 집행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분열된 미국의 통합도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의 취임이야말로 국가적 단결의 순간"이라며 "선거를 뒤로 한 채 미국민은 시선을 위로 향해 미국을 위해 성취할 위대한 목표를 응시하자"고 호소했다.

19일 취임 전날 행사에서 부시 대통령은 "역사의 무게를 느낀다"고 말했다. 재선에 성공한 다른 미국의 대통령들처럼 부시 대통령도 자신이 역사에 어떤 자취를 남길 것인지를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곧 국내외 정책에서 지난 4년과는 다른 색깔을 낼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 목표를 공세적으로 추진하며 역사에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는 이미 많은 도전들을 앞에 두고 있다.

이라크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미국적 이상주의’에 대한 실천 의지를 공허한 울림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30일 치러질 이라크 총선을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평가할 테지만 시아파와 수니파의 정치적 갈등과 폭력 사태가 이어질 경우 이라크 철수작전을 성공적으로 마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 정책에 대한 미국민들의 불신이 깊어지면서 그는 이미 최근의 재선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업무 지지도 속에서 새 임기를 맞고 있다.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도 급선무다. 부시 대통령은 당선 후 유럽 등 맹방들에게 손을 내밀겠다고 말해왔으나 아직 국제사회에 과연 그의 진정한 의지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또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 등도 그의 외교력과 인내력을 계속 시험하게 될 것이다. 국내적 분열도 쉽게 치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CNN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들은 그가 국가의 통합자가 될지, 분열주의자가 될지를 묻는 질문에 완전히 양분된 견해를 보였다. 이런 국내적 여건은 그가 집권 2기에 야심차게 추진하려는 사회보장제도 개혁이나 세제 개혁의 발목을 잡음으로써 재선 임기의 성공에 대한 확신을 흐리게 할 수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 이모저모

20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눈이 내리는 가운데 ‘화이트’취임식을 갖고, 집권 2기 임기를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자유의 축복’이라며 눈을 반겼지만, 화려한 행사장 주변의 물샐 틈 없는 경비는 지금도 진행중인 이라크 전쟁의 상흔을 상기시켰다. 전쟁 중 대통령 취임식은 1973년 리처드 닉슨 이후 처음이다.

이번 취임식은 미국 역사상 55번째이며 부시 대통령은 2001년 때와 마찬가지로 43대 대통령이다. 취임을 하루 앞둔 19일 부시 대통령은 국립문서보관소를 찾아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연설문과 성경책 등을 살피며 역사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최대 관심사였던 17분짜리 취임사 준비에 21번의 퇴고를 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취임사는 영감을 심어주고 새로운 제안을 담되 특히 자유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준비됐다. 현지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이 "미국이 ‘자유의 행진(March of Freedom)’을 이끌고 가야 한다"는 말로 집권 2기 대외정책 기조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악의 축(Axis of Evil)’에 대비되는‘자유의 행진’에는 무력행동의 의미가 적다는 분석이다.

취임식에는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아버지 부시가 역대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했다. 1,000여개 로열석에는 의원 외교사절 등 귀빈들이 자리했다. 미 대통령 취임식에는 관례상 워싱턴 주재 외교사절이 각국 대표로 참석했다.

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취임행사 준비를 위해 고용된 유명 디자이너 3명이 준비한 녹색빛의 양모코트를 입고 등장했다. 아버지 부시를 비롯, 부시 일가 146명은 취임식 전날 백악관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자축했다.

취임식이 열린 의사당 앞 워싱턴 기념광장에 몰린 축하객과, 부시 대통령이 퍼레이드를 벌인 펜실베이니아 거리에 몰려들 인파는 5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됐다. 이라크 전사자 유족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몰려온 부시 반대자들도 수만 명에 달했다.

안전한 취임식을 위해 워싱턴 시내는 역대 취임식 사상 가장 많은 1만여 명의 경찰과 군인이 배치돼 지상과 공중, 지하에서 전방위 경비를 펼쳤다. 대공포까지 설치한 보안당국은 21일까지 취임식 장소인 의사당 주변과 백악관 주변도로의 통행을 전면 금지시켰다. 9·11 이후 첫 취임식인데다 반 부시 시위대가 전에 없이 몰려든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18일 백악관 주변에서 폭발 협박이 발생하고, 보스턴에선 방사능 낙진을 토해내는 ‘더러운 폭탄’ 유입의혹이 제기됐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 BBC 조사 ‘세계인의 시각’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취임식을 바라보는 세계인의 시각은 그렇게 편치 만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BBC방송이 19일 보도한 세계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8%가 부시 재선이 세계 평화와 안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음울한 전망을 내놓는 등 부시와 미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번 조사는 BBC와 여론조사 기관인 글로벌스캔, 미 메릴랜드대가 한국 등 21개국 2만2,000명을 대상으로 이 달 초 실시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선 특히 부시 개인에 대한 거부감이 두드러졌다. 부시의 재선으로 세계가 더 안전하고 평화로워질 것이란 예측은 고작 26%에 그쳤다. 이 질문에 대해 긍정적 의견이 더 많은 나라는 인도 폴란드 필리핀 등 3개국 밖에 없었다. 한국은 중국(56%)와 비슷한 수준인 54%가 부정적 답을 내놓은 반면 일본은 비관적 전망이 39%에 그쳤다.

부시 재선 이후 미국인에 대한 시각에 대해서는 42%가 ‘나빠졌다’고 답해 ‘좋아졌다’(25%)보다 많았다. 한국은 미국이 싫어졌다는 답이 평균보다 높은 47%로 이슬람국인 인도네시아(55%)를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가장 높았다. BBC방송은 부시 대통령 개인에 대한 거부감이 미국인 전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세계 영향력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이 대다수였다. 47%가 미국의 세계 영향력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나타낸 반면 긍정적 시각은 38%에 그쳤다. 부정적 시각이 더 많은 나라는 21개국 중 3분의 2인 14개국에 달했다. 한국은 부시와 미국인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늘어났지만 미국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절반 이상(52%)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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