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사석에서 만난 교육인적자원부의 한 간부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대장’(교육부총리)은 도대체 언제쯤 오는 겁니까. 일이 안돼요. 저쪽(청와대)에서는 교육부 분위기를 알기나 하는지…."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도덕성 시비에 휘말려 취임 사흘만에 낙마한 것은 7일. 그로부터 꼭 13일이 지났지만 후임 인선은 오리무중이다. 이 사이 교육계에서는 "000가 온다더라" "여성이 유리하다던데" "대학 총장에서 올 것 같다" 등의 온갖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교육부총리 후보 인력풀에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인사는 중요한 교육관련 행사가 열릴 때면 어김없이 얼굴을 내미는 등 노골적으로 ‘저의’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장 없는 교육부호’는 이미 방향을 잃어가고 있다. 대학구조개혁, 수월성 교육 등 시급한 핵심 정책에 대한 결재가 밀려있다. ‘만사(萬事)’이기도 한 인사를 해야 할 시기지만 사인할 사람이 없어 타이밍을 놓쳐가는 형국이다. ‘큰 집’(교육부)의 정책과 인사가 막혀있다 보니 ‘작은 집’(16개 시·도교육청)은 아예 손을 놓고있다. 교육부의 한 여성사무관은 "한해 농사를 위해 가장 중요한 1월 한달을 허송세월하는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교육 현장도 나사가 풀린 듯 하다. 고교 교사가 검사 아들의 시험 답안지를 대신 작성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드러나는가 하면, 교수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이 짙은 대학에 교육부가 재시험 조치를 취했지만 말발이 먹히지 않았다.
원로교육학자 K씨가 최근 지인들에게 했던 몇 마디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교육을 정치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게 문제야. 교육부총리 자리를 오래 비워둘수록 정치가 더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교육은 그만큼 방황하고 흔들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지." 교육 수장의 실종은 이쯤에서 막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김진각 사회부 차장대우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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