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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맛있는 주말 - 박재은의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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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맛있는 주말 - 박재은의 음식이야기

입력
2005.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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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부터 한국 사회 전반에 암울한 기운이 돈다. 실업 인구 200만, 청년실업 50만이라는 숫자 때문일까? 지속 되는 불황으로 한산한 거리에는 설날이 다가오는 흥겨움 조차 없다. 불황과 맞물려 타격 받는 여러 분야 중 대파 농사를 보자. 손님이 뜸해진 고깃집들의 파 소비가 주는 등 이런 저런 이유로 2005년 초 예년 대비 9분의 1이나 값이 내린 파. 차라리 밭을 갈아 엎는 것이 낫다며 한숨을 쉬는 농부의 깊은 주름은 우리 모두가 나눠야 할 짐이다.

◆ 파채를 올린 순대볶음

순대 1인분의 시세는 1,500원에서 2,000원 사이다. 한두 점 집어 먹다 남은 순대를 이용해도 좋을 이 메뉴는 뜨겁게 달군 기름에 생강으로 향을 내면서 시작한다. 바로 순대를 볶는데, 이 때 기름의 양을 넉넉히 하여 튀기듯 볶는 것이 포인트. 양파나 고추를 함께 볶아도, 소금과 후추로 간만 하여도 맛있다. 대파 한 아름에 1,000원이 넘지 않으니 반 단도 채 쓰이지 않는 이 요리에서는 파 300원 어치를 준비하라 하겠다. 흰 부분은 생강을 기름에 볶는 초반에 함께 볶아 향을 내고, 요리에는 푸른 부분만 쓴다.

대파의 흰 밑둥은 단맛이, 푸른 줄기는 매운 맛이 더 강한데 순대의 느끼함을 그 매운 향으로 커버할 터. 양념한 파 채를 볶은 순대 위에 곁들이면 한 잔 생각이 절로 나는 술안주가 된다. 2,500원 이내의 재료비로 2인분의 안주를 마련하고, 900원의 소주 한 병을 곁들인 술상을 차려 삶에 지친 동무를 위로해 보는 것은 어떨까?

◆ 대파감자 토스트

다소 느끼한 서양 요리를 만들 때 의외로 많이 쓰이는 재료가 대파다. 뿌리 부분은 육수를 낼 때, 푸른 줄기는 데치거나 볶아서 이용한다. 파는 칼슘과 철분, 비타민 A와 C를 넉넉히 함유하여, 생기가 떨어지는 늦겨울의 식재료로 알맞다. 대파 감자 토스트라는 생소한 이 메뉴는 길거리 토스트를 먹다가 떠올린 필자의 창작요리. 버터에 볶은 달콤한 대파와 으깬 감자를 식빵에 올렸으니 밤참 혹은 점심 대용으로도 좋을 듯하다. 앞 서 요리한 순대볶음에는 소주를 매치시켰으니 이번에는 와인 한잔이 어떨지? 대형 할인매장에서 건진 5,000원 대의 백포도주를 냉장고에 두었다가 마셔보자.

식빵 10장에 1,500원 정도, 파 반 단에 500원, 그리고 감자 두어 알과 버터가 조금 있으면 와인을 더하여도 1만 원 안팎으로준비가 가능하다. 와인 한 병에 여섯 잔 정도가 나온다하니, 네 다섯 명이 둘러앉아 이른 봄볕을 기다리며 와인과 토스트를 나누면 즐겁겠다. 몇 해 전 본인의 생일에 토스트 한 쟁반과 값싼 백포도주 두병으로 조촐하게 생일을 때웠던 기억이 난다.

볶은 순대와 파 채를 먹고, 대파와 감자를 토스트에 올려도 파가 여전히 남았다면 하얀 파뿌리와 생강을 팔팔 끓인 파차를 권한다. 으슬으슬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마시는 파차는 혈액순환을 돕고 강장 작용을 하여 줄 것이다.

몇몇 시민 단체들을 주축으로 벌어지고 있는 ‘TV안보기 운동’을 아시는지? 왕자와 공주가 사는 드라마와 얼짱과 몸짱만 있는 오락프로가 평범한 사람들의 사고 체계를 망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자아 찾기 운동’이다. 매일 보던 TV를 갑자기 꺼버리기 어렵다면 드라마를 대신하여 뉴스나 교양프로에 눈을 돌려 왕자도 공주도 없는 ‘현실’을 한번 보자. 엉터리 도시락조차 없으면 굶게 되는 아동들, 밥줄인 비닐하우스가 이상 폭설에 무너진 농민들이 지금 여러분의 마음을 부르고 있다.

푸드채널 '레드쿡 다이어리'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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