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동차업계가 긴장할만한 뉴스가 최근 중국발로 보도됐다. 중국산 자동차가 2007년부터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에 본격 상륙할 것이라는 외신이었다. 외신은 중국 체리자동차가 미국 자동차판매업체를 통해 2007년에 중·소형 세단과 SUV 등 5개 신모델 25만대를 수출키로 했으며 가격은 경쟁차종보다 30%가량 저렴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2012년까지 수출모델을 8~10개로 늘리고 수출대수도 연간 100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체리자동차는 판매대수 기준으로 중국 8위 업체로, GM대우자동차로부터 인기 경차 마티즈의 디자인을 도용한 혐의로 상하이법원에 제소당함으로써 우리에게 알려진 국영 자동차회사다.
자동차업계는 당장 중국산 자동차가 해외시장에서 한국차의 경쟁상대가 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의 질주가 멈추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중국 자동차 때문일 것이라는 예측은 일치한다. 중국이 독자 생산하는 자동차든,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외국 자동차든 광의의 ‘중국차’가 한국차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북미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일본차에 뒤지지 않는 품질을 확보해야만 한다. 체리자동차의 품질을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중국차의 미국 판매법인 최고경영자의 이 말은 험난한 한국자동차의 앞날을 알리는 예언처럼 들린다.
호언으로 넘기기에는 중국 자동차산업이 너무 성숙해있고 잠재력이 너무 풍부하다. 1990년대 외국자동차업체와의 자본·기술 협력을 통해 자동차산업을 육성해온 중국은 2004년 507만대를 생산,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4위를 지켰다. 올해는 독일을 제치고 3위에 오르고, 2020년에는 1,250만대로 미국과 함께 세계 1위 경쟁을 다투겠다는 게 중국의 야심이다.
우리나라는 생산대수에서 2001년 5위에 올랐으나 2002년 이후 중국에 밀려 6위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330여만대를 생산한 우리나라는 2010년 총 650만대 생산체제로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4위에 진입한다는 계획인데, 중국의 급부상으로 벌써 계획이 빗나가고 있다.
우리가 첫 고유모델 포니를 수출한 뒤 이룬 자동차산업의 성장을 감안하면 중국의 야심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1974년 말 현대자동차는 이탈리아 조르지오 주지아로의 디자인과 일본 미쓰비시의 엔진 등으로 포니를 개발, 1976년 에콰도르에 첫 수출했다. 자동차의 본고장 북미시장엔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84년에야 포니2로 캐나다에 첫 수출되었고, 1986년 1월 포니엑셀로 미국 땅을 밟았다. ‘싸구려차’의 대명사로 통했던 한국차가 품질에서 세계적 명차들을 추격하는 수준에 이르고 생산량에서도 세계 6위로 성장하리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런 한국 자동차산업의 궤적을 보면 이미 생산대수에서 세계 4위에 진입한 중국차가 품질에서도 한국을 따라잡고 세계 자동차의 공룡으로 등장할 것이란 전망은 설득력이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 자동차의 안마당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에서 승리한 자동차가 세계시장을 지배한다" "앞으로 전세계에서 4~5개의 자동차회사만 살아남을 것이다"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점치는 이 같은 예측은 자동차업계에선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명차 대열 진입을 선언한 우리 자동차회사의 사활은 전적으로 중국차와의 경쟁으로 판가름 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믿고 있는 휴대폰과 반도체관련 기술, 선박, 철강 분야에서도 중국이 ‘한국 타도’를 외치고 있다. 중국과 어떻게 협력하고 경쟁할 것인가, 국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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