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보험에 이어 신용카드 업계에서도 외국자본의 국내 상륙이 본격화하고 있다. LG카드의 해외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세계 굴지의 소비자금융회사인 미국계 ‘제너럴일렉트릭(GE) 소비자금융’의 현대카드 지분 참여가 임박한 것.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장기적으로 ‘전업계 대 은행계’의 국내 카드시장 경쟁구도에 ‘토종 대 외국계’ 구도가 추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 이미 몇몇 외국계 카드사가 있지만 시장점유율 등이 현재로선 아주 미미한 규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GE는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해온 현대카드 실사작업을 최근 마무리하고 2월부터 지분 참여 협상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GE는 30~40%의 지분을 확보해 2대 주주가 되는 방안을 현대카드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대카드는 현대차 59.0%, 기아차 21.5%, INI스틸 10.2% 등 현대·기아차 그룹이 90.7%를 보유하고 있다.
GE는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현대·기아차 그룹 계열의 할부금융회사인 현대캐피탈과 2006년까지 지분 43% 인수와 후순위채 매입을 통한 1조515억원 투자 등을 골자로 하는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이미 지분 38%를 확보, 현대캐피탈의 2대 주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상태다. GE는 당시 현대카드 지분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현대카드 측도 호의적인 입장이라 상당량의 현대카드 지분 인수는 시간문제인 셈이다.
이 경우 현대카드는 저금리의 대규모 외자 뿐 아니라 선진 금융기법을 함께 도입할 수 있어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후발주자인 현대카드는 카드대란 당시 타격이 적어 부실 가능성이 낮은 데다가 현대카드 M, S, T 등 신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공격적 경영을 펼쳐 최근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카드와 GE의 제휴가 성사될 경우 시장 점유율 상승은 물론 업계 판도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LG카드의 매각 결과도 관심의 대상이다. 1,000만 회원을 자랑하는 LG카드가 해외로 매각될 경우 국내 카드 시장에서 외국자본의 영향력은 단숨에 급상승하게 된다. 이미 물밑에서 우리금융지주 하나은행과 함께 씨티그룹 HSBC SCB 등 외국 금융그룹들이 유력한 잠재 인수 후보자로 거명되고 있는 상태이다.
여기에 아시아권 신용카드 부문의 강자로 제일은행을 인수한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의 영향이나 외환카드(론스타), 씨티카드 등 기존 외국계 카드사들의 부상을 감안하면 카드시장에서의 외국자본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외국자본의 진출 징후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으며 금명간 국내 카드 시장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며 "이 경우 자금조달 비용 측면에서 은행계 카드사에 밀리고 있는 전업계 카드사들은 더욱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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