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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외길 최춘식씨/ "세상 변해도 난 대·장·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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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외길 최춘식씨/ "세상 변해도 난 대·장·장·이"

입력
2005.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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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만들어 파는 물건인데 엉터리로 만들 수 있습니까? 정성을 다해 만들어야지요."

숨가쁜 세상의 변화 속에서도 고집스럽게 옛 것을 지키는 이들이 있다. 50여년째 전통기법으로 쇠를 다루고 있는 최춘식(65)씨도 그런 소중한 이웃 중 한명이다. 광주 광산구 송정동 5일시장 터 한 귀퉁이에 자리한 신광철공소는 광주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전통 대장간이다. 최씨가 처음 대장간 일을 시작한 때는 한국전쟁이 거의 끝나 갈 무렵. 철물가게를 하던 고모부가 문고리를 만들어 보라고 해서 시작한 일이 천직이 됐다.

5형제의 장남인 최씨는 생계를 위해 틈틈이 ‘쇳일’을 해야 했다. 하루 일하면 온 가족 열흘 치 쌀을 살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늘었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본격적인 대장간 일을 시작한 그는 19살 어린 나이에 직원 5명을 거느린 어엿한 사장님이 됐다.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지요. 입 소문을 타 제주도까지 물건을 해 날랐으니까요."

그러나 80년대 중반부터 값싼 중국산 농기구가 들어 오고 농기구를 대량 생산하는 공장이 생기면서 판로가 좁아만 갔다. 그래도 희망은 잃지 않았다. 대량 생산된 농기구보다 손으로 직접 담금질하고 두드려 정성껏 만든 연장이 더 우수하다는 믿음이 있었다. 10여년 전부터는 장남 종호(40)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가업을 이어받았다.

최씨는 지금도 송정과 함평, 옥과의 5일장을 돌며 농기구를 판다. "힘들수록 항상 내가 이 분야에서는 최고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지요. 농촌 5일장에는 연장 고치러 오는 이들도 많아 여전히 손님들이 끊이지는 않습니다."

광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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