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테레사(1910~1997) 수녀. 그녀는 ‘빈자(貧者)들의 어머니’이다. 21세기 물질만능시대에도 여전히 가난과 소외와 고통 받는 이들이 존재하고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하기에 우리는 지금 그녀를 다시 기억해야 한다. 영화 ‘마더 데레사’시사회를 본 김수환 추기경은 "테레사 수녀님이야말로 거룩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했고, 정진석 서울대교구 대주교는 "우리가 ‘바다에 물 한 방울 보태는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하면 세상은 훨씬 더 따뜻해질 것이란 믿음을 심어주었다"고 그녀의 덕을 기렸다. 천주교 주교회의 사무국장 이창영 신부는 "테레사 수녀의 삶은 가난하고 고통 받고 소외 받는 사람들을 먼저 선택한 예수님의 삶을 닮았다"면서 "겸손과 순명의 덕을 보여준 교회의 모델이었다"고 말한다.‘가난한 이들은 우리를 가르친다’는 말을 몸소 실천해 보인 테레사 수녀. 그녀의 삶이 이 시대의 소중한 가르침이자 ‘기적’인 것은 그녀가 짧은 기간에 성인의 반열에 오른 것에서도 알 수 있다.
■ ‘소박한 기적’ 등 출간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1946년 9월10일 36세의 마더 테레사 수녀는 피정을 위해 인도 콜카타(옛 캘거타)의 로레타 수녀원을 떠나 삼등열차를 타고 다르질링으로 향하고 있었다. 해가 질 무렵 묵주기도를 마치고 마태복음을 읽던 그녀에게 내면의 소리가 들려왔다. "가난한 사람들, 쓰레기더미에서 음식 부스러기를 얻기 위해 개들과 다투는 사람들, 짐승처럼 길거리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너는 이렇게 비참한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 안에서 너의 사랑하는 예수님을 보아야 한다."
그녀는 안락한 수녀원의 울타리를 벗어나 콜카타의 빈민가로 들어가기로 결심하고, 교황 비오 12세에게 편지를 낸 끝에 허락을 받아냈다. 그녀는 로레토의 수도복 대신 인도의 청소부들이 입는 파란 줄무늬의 하얀 사리를 입고 질병과 가난, 무지로 버림받은 빈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후 그녀의 헌신적인 사랑의 삶은 197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먼저 너 자신을 잊어야 한다. 너 자신을 부정하고, 포기하고, 주님과 이웃에게 온전히 바쳐야 한다. 어떤 희생이든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그녀의 삶은 문자 그대로 자기 희생이었다.
영화 ‘마더 데레사’개봉에 맞춰 나온 두 권의 책은 그녀의 삶을 진솔하게 들여다 보고 있다. ‘소박한 기적-마더 테레사의 삶과 믿음’(위즈덤하우스·T.T.문다켈 지음)은 1916년 구 유고 마케도니아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18세에 수녀원에 입회, 1997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의 삶을 생생한 현장묘사와 간결한 문체로 전해주고 있다.
‘마더 데레사 자서전’(황금가지·호세 루이스 곤살레스 발라도 정리)은 테레사 수녀가 직접 쓴 것은 아니고, 저자가 그녀와의 대화, 인터뷰, 편지 등을 토대로 1인칭 자서전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테레사 수녀가 설립한 ‘사랑의 선교회’ 활동에 초점을 맞추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 오늘 ‘마더…’ 개봉
21일 개봉하는 영화 ‘마더 데레사’(감독 파브리지오 코스타, 주연 올리비아 핫세)에서 그녀는 욕심이 없다. 더 가지지 못해 안달인 보통 사람들은 감히 따를 수 없는 모습이다. 그 숭고함이 잠시나마 가슴에 손을 얹어 보게 한다.
자신의 이름을 도용한 투자 사기사건에 휘말리고, 의혹을 제기한 기자들이 들이닥치자 그녀는 "나의 재산을 환수하려면 그렇게 하라"고 한다. 그녀가 가리키는 재산이란 다름아닌 ‘선교회 건물에서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이다. 헐벗고 굶주린 아이들이 그녀의 유일한 재산이다.
노벨 평화상 시상식장. "전채로 굴 까나페가 나오고…" 행사 관계자가 읽어주는 화려한 메뉴 앞에서 그녀는 ‘그 돈이면 배고픈 이들에게 몇 끼를 먹일 수 있을까’ 생각한다. 후원회 규모가 커지고 회원들이 예산증감에 대해 설전을 벌이자, "차라리 협회를 없애자"며 자리를 뜬다. 그녀의 눈에는 회의장 탁자에 놓인 한 잔에 3달러나 하는 물이 아까울 뿐이다.
이탈리아 국영방송 라이에서 방영돼 1,500만 시청자들이 시청한 동명의 2부작 시리즈를 영화로 옮긴 ‘마더 데레사’는 그녀의 전기는 아니다. 콜카타 거리에서 봉사를 시작한 시점부터 20여년 동안 그녀가 보여준 소박한 나눔의 삶을 담담하게 그릴 뿐이다. "저는 주님의 몽당연필입니다. 쓰시는 분은 하느님 뿐이시죠."
거듭 믿음을 고백하지만, 종교는 소박한 사랑을 실현할 수 있는 하나의 울타리일 뿐이다. 부상 당한 힌두교도를 수녀원에 숨겨 치료해 주고, 이슬람사원에 빈민구호시설을 세우는 등 ‘사랑’을 실현할 수 있다면 종교의 차이는 걸림돌이 아니다. "사람들은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다. 그래도 사랑하라!" 영화 속 그녀의 참사랑은, 이렇게 모든 것을 초월하기에 온갖 이유로 갈등이 만연한 이 시대에 더욱 감동을 준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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