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0일 "대여투쟁을 극한적으로 벌이는 것이 선명야당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며 ‘야당이니 강력 투쟁해야 한다’는 것은 구식 정치"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여의도연구소 주최로 열린 ‘정치 선진화 비전 공개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이 말하고 "소모적 정쟁을 되풀이하는 대결의 정치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또 "여야관계가 상대방의 행복은 나의 불행이고, 상대방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낮은 차원에서 벗어나 국익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 한해를 무정쟁(無政爭)의 해로 만들자"고 여당에 제안했던 박 대표가 이날 극단적 대여투쟁을 지양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당내에선 그가 지난 연말과 대비되는 뚜렷한 노선 변화를 보여주려 한다는 분석이 많다.
박 대표는 4대 법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국면에서 강경 노선을 고수, 자신의 이미지가 적잖이 손상됐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새해부터는 유연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당내에 두텁게 형성돼 있는 수도권 소장파와 중도세력을 끌어안는 새로운 리더십을 확립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연설 문구는 여의도연구소가 만들어 온 초안에 박 대표가 직접 작성해 넣은 것이라는 전언이다. 박 대표측 관계자는 "박 대표의 변신 노력이 당 안팎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는 보다 전향적인 모습을 과감히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주류측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연말 국회에 생산적 대안을 내놓지 않고 극한 투쟁을 한 쪽은 오히려 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였다"며 "지금 와서 자신의 투쟁은 합당한 것이고 다른 사람이 했던 대여 투쟁은 극한 투쟁이라고 모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방호 의원도 "소장파들이 우경화됐다고 하자 왔다갔다하면서 줄타기를 하는 모양인데 결과적으로 신뢰를 잃을 뿐"이라며 "국민이 우리를 뽑아준 취지를 생각해 여당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를 하자는 것을 구식정치로 몰아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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